그러나 판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법 122조, 301조, 232조 등을 거론하며 ‘대체 관세’를 예고했다. 150일간 전 세계에 10%를 부과하고, 그 사이 추가 조사를 통해 더 강한 조치를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위법 판단을 받은 정책의 형식은 바뀌어도, 힘에 기댄 통상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다. 법과 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장면이다.
정치철학의 오래된 질문이 되살아난다. 국가는 시장을 지배하는가, 아니면 법을 통해 스스로를 구속하는가. 홉스적 세계관은 국제질서를 힘의 투쟁으로 본다. 국익을 위해선 예외가 허용된다는 논리다. 반면 로크와 칸트의 전통은 권력의 정당성은 규범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국내든 국제든, 법의 한계를 넘는 권력은 결국 신뢰를 무너뜨린다.
관세는 세금이다. 세금은 대표성과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얻는다. 의회의 통제를 우회한 광역 관세는 단기적으로는 협상 지렛대가 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법치의 토대를 잠식한다. 대법원이 제동을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상권한을 모든 국가의 모든 상품에 대한 전면 관세 권한으로 해석하는 것은 권력 분립의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경고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도 냉정해야 한다. 관세 환급 문제, 301조 조사 가능성 등 변수가 많다. 감정적 대응보다 법적·외교적 채널을 총동원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동시에 우리 역시 통상 정책의 절차적 정당성을 점검해야 한다. 법을 내세워 타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려면, 우리 스스로도 법치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국제정치는 힘의 언어를 완전히 버릴 수 없다. 그러나 시장은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신뢰는 규범에서 나온다. 대법원의 판결은 미국 통상전략의 일시적 제동일 수 있다. 더 본질적으로는, 권력이 법을 넘어설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힘의 관세를 넘어 규범의 통상으로 갈 수 있는지, 이제 시험대에 오른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법이 시장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세계적 실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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