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⑰ BTS를 잇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코드다

BTS는 가수다. 그러나 그들이 세계와 연결된 방식은 음악이라는 장르를 넘어섰다. BTS가 남긴 것은 히트곡의 목록이 아니라, 문화가 작동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다. 다음 BTS는 과연 가수일까.
 

K-헤리티지가 무대 위 이벤트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서사라면, 그 서사를 작동시키는 주체 역시 음악 산업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세계가 주목할 한국의 다음 상징은 가수가 아닐 수도 있다. 게임 개발자일 수도 있고, 전시 기획자일 수도 있으며, AI 창작자나 건축가일 수도 있다. 본질은 직업이 아니라 코드다.
 

그래픽지피티
[그래픽=지피티]

BTS가 특별했던 이유는 노래를 잘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 사회가 축적해온 감정의 리듬—불안과 노력, 연대와 회복—을 일관되게 사용했다. 이 반복이 신뢰를 만들었고, 신뢰가 문화적 영향력을 확장시켰다. BTS는 개인의 성공 사례라기보다, 문화 코드가 작동한 사례였다.
 

코드는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그 조짐을 보고 있다. 한국 드라마는 관계의 감수성을 수출하고 있고, 게임은 세계관 설계 능력을 증명하고 있으며, 웹툰은 서사 구조를 확장해 글로벌 플랫폼과 결합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이 더해지면 창작의 형식은 더욱 다변화될 것이다.
 

다음 BTS는 아이돌 연습실이 아니라 스타트업 사무실에서 나올 수도 있다. 공연장이 아니라 디지털 플랫폼에서 등장할 수도 있다. 한국적 감정 구조와 태도를 세계적 문법으로 구현할 수 있다면, 그 주체가 누구인지는 부차적이다. 세계는 직업을 보지 않는다. 태도를 본다.
 

이 지점에서 정책의 시야도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K-팝 산업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성공을 재현하려 한다. 연습생 시스템을 강화하고 공연 인프라를 확충하며 수출 통계를 관리한다. 필요하다. 그러나 코드의 확장은 특정 산업의 확대와 동일하지 않다. 문화는 산업 전략만으로 복제되지 않는다.
 

BTS 이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시스템의 외형이 아니라 반복의 구조다. 자기 성찰을 멈추지 않았던 태도, 사회적 메시지를 회피하지 않았던 일관성, 전통을 숨기지 않았던 자신감. 이 축적이 코드가 됐다. 이 코드는 음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차세대 창작자가 한국의 집단 기억 데이터를 게임 세계관에 녹여낸다면, 그것 역시 K-헤리티지의 확장이다. AI가 아리랑의 감정 구조를 학습해 새로운 창작을 시도한다면, 그것 또한 또 다른 호출이다. 도시 디자인이 한국적 공간 감각을 현대적으로 구현한다면, 그 역시 문화 코드의 작동이다.

 

중요한 것은 ‘다음 BTS를 만들겠다’는 조급함을 버리는 일이다. 설계된 스타는 탄생할 수 있어도, 문명 코드는 기획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코드는 반복 속에서 형성되고, 신뢰 속에서 확장된다. 다음 상징은 준비한다고 등장하지 않는다. 환경이 성숙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제 선택의 문제다. BTS를 하나의 성공 사례로 박제할 것인가, 아니면 하나의 문화 실험으로 해석할 것인가. 전자를 택하면 산업은 유지되지만 확장은 멈춘다. 후자를 택하면 불확실성은 커지지만 가능성은 열린다.
 

다음 BTS는 가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하나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어떤 감정과 태도를 반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장르는 바뀔 수 있고 플랫폼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코드가 유지된다면 상징은 형태를 바꿔 다시 등장한다.
 

문화는 사람을 통해 드러나지만, 사람을 넘어 구조로 남는다. BTS는 한 팀의 이름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시대적 코드다. 다음 이름이 무엇이든, 그 코드를 이어갈 준비가 돼 있는가.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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