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서현의 테크와놀러지아] "유튜브가 판 이미 바꿨는데"…끼워팔기에 밀린 국내 음원 업체들

  • 프리미엄 라이트 출시에도 주도권은 유튜브

  • 980만명 vs 634만명…격차 벌어진 국내 음원 플랫폼 경쟁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기능 비교 이미지 사진유튜브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기능 비교 이미지 [사진=유튜브]

유튜브가 월 8500원짜리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국내에 출시하며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의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에 따른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의미를 갖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판이 기운 뒤에 나온 조치”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는 기존 ‘유튜브 프리미엄’에서 음악 서비스를 제외한 요금제를 별도로 출시하며 국내 구독형 서비스 전략에 변화를 줬다. 그동안 유튜브 프리미엄은 영상 광고 제거, 백그라운드 재생, 오프라인 저장 기능과 함께 ‘유튜브 뮤직’을 묶어 제공해왔으며, 월 1만4900원의 요금으로 영상과 음원 소비를 동시에 아우르는 구조를 구축해왔다.

유튜브는 2018년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을 출시한 이후 음악 감상을 위해 별도의 음원 플랫폼을 이용하던 이용자들을 빠르게 자사 생태계로 흡수해왔다. 영상 소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음악 서비스로 유입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국내 음원 플랫폼의 경쟁 환경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이러한 구조를 두고 유튜브 뮤직을 끼워팔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유튜브는 음악 서비스를 제외한 프리미엄 라이트 요금제를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실질적인 경쟁 회복 조치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미 유튜브 뮤직이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가 광고 노출을 일부 유지하는 구조인 만큼, 이용자 체류 시간과 음악 소비 행태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실제 앱·결제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음악 스트리밍 앱 가운데 월평균 이용자 수 1위는 유튜브 뮤직으로 980만명을 기록했다. 멜론은 634만명, 스포티파이는 385만명, 지니뮤직은 257만명, 플로는 173만명 순이었다.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출시 이후에도 이 같은 이용자 격차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플랫폼 간 제휴 사례도 국내 음원 시장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해 네이버와 협업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이용자에게 음악 스트리밍 혜택을 제공하며 국내 이용자 접점을 확대했다. 검색·콘텐츠 유통에서 강점을 가진 네이버 생태계를 활용한 전략이지만, 유튜브 중심으로 재편된 음원 소비 구조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음원 플랫폼 시장은 구조적 재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 1세대 음악 플랫폼인 NHN벅스는 최근 비파괴검사 설비 전문 기업인 NDT엔지니어링에 매각됐다. NHN벅스는 “음악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나, 서비스 고도화와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이 심화되며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NHN벅스의 매각을 국내 음원 플랫폼 산업 전반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멜론, 지니뮤직, 플로 등 주요 국내 플랫폼들도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도입 등 차별화 전략을 이어가고 있지만 글로벌 플랫폼과의 체급 차이를 좁히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외 플랫폼과는 다른 규제 환경과 통상 이슈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제한돼 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는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와 가격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반면, 국내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와 정책적 제약 속에서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음원 플랫폼이 변화에 대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글로벌 플랫폼이 시장을 잠식한 뒤에야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는 구조 속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 출시는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이미 주도권을 빼앗긴 국내 음원 시장의 판을 다시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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