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폭리로 먹거리 물가 올린 밀가루·청과업체 등 14곳 세무조사 철퇴

  • 탈루혐의액만 5000억원…앞선 1차 조사서 1785억원 추징

 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설탕 밀가루 판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설탕, 밀가루 판매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세청이 담합과 독·과점 구조를 악용해 먹거리·생필품 가격을 올리면서 세금을 회피한 업체들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가공식품 제조업체, 농축산물 유통업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등 총 14곳으로 총 탈루혐의 금액만 50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은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 불안을 키운 탈세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4차 물가안정 대응 세무조사를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가격담합·독과점으로 가격을 올린 가공식품 제조업체 6곳 △원가를 부풀린 농축산물 유통업체 및 생필품 제조업체 5곳 △가맹비 매출 누락·거짓 원가 신고 혐의가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곳이다.

조사 대상에 오른 가공식품 제조업체의 경우 국제 원재료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담합과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가격을 인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일부 밀가루 가공업체는 사다리타기 방식으로 가격 인상 순서를 정하고 지역·고객을 나눠 수년간 가격과 출하량을 담합하는 수법으로 제품 가격을 44.5% 인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담합 혐의로 기소된 업체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간장·고추장 등 장류 제조업체는 주요 원재료 가격 하락 국면에도 판매가격을 10% 이상 인상하며 영업이익이 수백억 원대로 급증했으나,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를 통해 소득을 축소했다. 

농축산물 유통업체와 생필품 제조업체는 할당관세 적용으로 수입 단가가 낮아졌음에도 판매가격을 올리고, 특수관계 법인에 과다한 유통비를 지급해 이익을 빼돌린 혐의가 포착됐다. 특히 한 청과물 유통업체는 과일을 저가로 매입하면서도 판매가격을 인상했고 물티슈 제조업체는 실체가 없는 특수관계 회사를 거쳐 유통비용을 부풀렸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3곳은 원재료비·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가맹지역본부로부터 받은 로열티와 광고분담금을 누락 신고하거나 실제 근무하지 않는 사주 가족에게 급여를 지급해 이익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분식 프랜차이즈는 가격 인상과 함께 제품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마진을 늘리면서 신규 가맹비를 신고하지 않은 정황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와 공정거래위원회·검찰 수사로 담합과 독과점 행위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 즉시 세무조사에 착수하는 등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할당관세 혜택을 악용하거나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인상한 밀가루·설탕 등 국민 먹거리 제조업체에 대한 상시 검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날 그간의 물가안정 조사 성과도 공개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3차에 걸쳐 103개 업체를 조사했으며, 1차 조사에서 53개 업체의 조사를 종결해 3898억원의 탈루액을 적출하고 1785억원을 추징했다. 특히 국민 먹거리 독과점 업체 3곳에서만 약 1500억원의 추징 세액이 발생해 전체의 85% 정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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