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공신력의 무게, 경제단체일수록 더 엄격해야 한다

 
공신력을 전제로 활동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자료가 ‘가짜뉴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면 사안은 가볍지 않다. 정책 판단과 시장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자료일수록 출처와 방법, 해석의 엄밀함이 생명인데 검증이 충분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며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즉각 감사와 책임 규명을 예고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공적 영향력이 큰 주체가 사실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점 자체가 문제다. 특히 법정단체의 보도자료는 언론과 시장에서 사실상 ‘준공식 자료’로 받아들여진다. 인용의 연쇄가 빠르게 이어지는 환경에서 한 번의 검증 실패는 왜곡을 증폭시키고 정책 논쟁을 불필요하게 자극한다.

행정적 조치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목적은 재발 방지에 있어야 한다. 자료 작성과 배포 과정의 내부 통제, 외부 통계 인용 시의 검증 기준, 불확실성에 대한 명시 등 최소한의 절차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공신력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 사안은 경제계 전반에도 던지는 경고다. 시장 신뢰는 숫자보다 절차에서 나온다. ‘주목도 높은 메시지’보다 ‘검증된 사실’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놓칠 때, 단기적 파급력은 얻을지 몰라도 장기적 신뢰는 잃는다. 정보의 무게를 감당할 능력이 곧 책임의 무게다.
 
발언하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KBS 일요진단에 출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8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구조적으로 둔화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성장 중심의 정책 전환과 인공지능(AI) 기반 신성장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6.1.18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발언하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서울=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KBS 일요진단에 출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18일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서 구조적으로 둔화한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성장 중심의 정책 전환과 인공지능(AI) 기반 신성장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6.1.18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 역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가짜뉴스에 대한 단호한 대응은 필요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정책 비판의 공간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검증 실패와 고의적 왜곡을 구분하고 개선 가능한 오류에는 개선을, 악의적 유포에는 엄정함을 적용하는 정교함이 요구된다.

공신력은 스스로 쌓고 스스로 지켜야 한다. 기본과 원칙, 상식의 기준으로 돌아갈 때만 정보는 공공재로 기능한다. 이번 논란이 단죄로 끝나지 않고, 신뢰의 규칙을 다시 세우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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