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장동혁의 판단과 오세훈의 책임이 만나는 지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정치는 선택의 예술이 아니라, 책임의 기술이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책임은 남는다. 그래서 지도자의 진짜 무게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하지 않느냐에서 드러난다. 지금 국민의힘이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렇다.
 최근 당 안팎에서 '기소 시 공천 배제'라는 당헌 조항을 둘러싼 해석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원칙은 분명하다. 기소된 자는 공천에서 배제한다. 다만 예외가 있다. 그 기소가 정치적 탄압일 경우, 당의 판단으로 예외를 둘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예외 규정은 보호 장치이면서 동시에 시험대다. 그리고 그 시험대 한가운데에 장동혁 대표가 서 있다.
 이 조항은 법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의 문제다. 법원은 유·무죄를 판단하지만, 정당은 승패를 판단한다. 당헌은 도덕의 문서가 아니라, 선거를 치르기 위한 규칙의 문서다. 그래서 이 조항의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책임'이다. 누구를 배제할 것이냐가 아니라, 그 결정의 결과를 누가 감당할 것이냐의 문제다.
 장동혁 대표가 이 조항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형식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다. 원칙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당의 선택이 만들어낼 선거 결과까지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 그 순간 논쟁의 중심은 특정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아니라, 장동혁 대표의 판단으로 이동한다. 이는 당 대표로서 피할 수 없는 정치적 부담이다.
 반대로 예외를 인정한다면 어떨까. 이 경우 장동혁 대표는 '원칙을 흔들었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당이 이길 가능성을 최우선에 두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정당은 도덕 교본이 아니라, 집권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다. 그래서 지금 이 조항은 칼이 아니라, 저울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오세훈의 위치도 함께 봐야 한다. 오세훈 시장은 당권과 거리를 두고 민심과 행정 성과를 축적해온 인물이다. 그의 정치적 자산은 계파가 아니라 신뢰이고, 공격이 아니라 관리였다. 그렇기에 그는 '정치적 탄압'이라는 언어를 쉽게 쓰지 않는다.  법과 절차를 존중해온 정치인이 예외를 요구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사안은 제로섬이 아니다. 장동혁과 오세훈이 모두 패배하는 선택도 있고, 둘 다 정치적 출구를 만드는 선택도 있다. 그 출구는 충돌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장동혁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칼을 쥐고 있다'는 증명이 아니다. 이미 그는 당헌과 당무의 정당한 관리자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의 승리를 위해 어떤 판단이 책임 있는 판단인가를 설명하는 리더십이다. 원칙을 지키되, 그 원칙이 왜 예외를 품고 있는지 설득하는 것, 그것이 당 대표의 역할이다.
 오세훈 시장에게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다. 당권과 싸우는 정치가 아니라, 당이 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지를 차분히 증명하는 일이다. 감정적 방어도, 정치적 압박도 아닌,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사실을 민심과 당 안에 동시에 보여주는 것이다.
 이 선택의 결과는 단기적으로 누군가의 유불리를 가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분명하다. 이 조항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국민의힘은 규칙에 갇힌 정당이 될 수도 있고, 승리를 책임지는 정당이 될 수도 있다.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장동혁 대표다.
 정치는 칼을 휘두르는 사람이 아니라, 칼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만드는 사람이 이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단이 아니라, 판단의 언어다. 그 언어가 설득력을 가질 때, 장동혁의 책임은 리더십이 되고, 오세훈의 부담은 경쟁력이 된다. 이것이 두 사람이 함께 살아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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