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다가오면 공약은 늘 넘친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AI 도시’, ‘스마트 행정’, ‘디지털 전환’ 같은 구호가 후보들의 입에서 반복된다. 문제는 그 말들이 지나치게 쉽다는 데 있다. 기술을 아는지 모르는지는 숨겨도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AI 공약이 아니라, AI를 둘러싼 질문이다.
AI 시대의 행정은 선언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어디에 쓰겠다는 말보다, 왜 거기에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자동화하겠다는 약속보다, 자동화의 한계를 어디까지로 설정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공약은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질문에는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갈린다.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기술 관련 공약은 대체로 ‘도입 여부’에 머물렀다. AI를 도입하겠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제 AI는 도입의 대상이 아니다. 이미 행정의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문제는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다. 이 질문을 비켜 간 공약은 공약이 아니라 포장에 가깝다.
AI 리터러시는 숫자로 측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질문이 중요하다. 예컨대 이런 질문이다. 이 정책 판단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어디에서 왔는가.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은 주민은 누구인가. 알고리즘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최종 책임은 누가 지는가. AI 분석 결과와 현장의 판단이 충돌할 경우,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이런 질문 앞에서 후보의 준비 정도는 분명히 갈린다.
준비된 후보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데이터의 한계를 인정하고, 위험 관리 방안을 함께 제시한다. 반면 준비되지 않은 후보는 추상적인 말로 빠져나간다. “전문가와 상의하겠다”, “시스템을 잘 만들겠다”, “공무원들이 알아서 할 것”이라는 표현이 반복된다. 이는 말솜씨의 문제가 아니다. 판단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지의 차이다.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AI 공약 경쟁’이 행정 책임을 흐릴 수 있다는 점이다. 더 많은 AI 사업, 더 큰 시스템을 약속할수록 실패의 책임은 기술로 미뤄지기 쉽다. “AI가 그렇게 분석했다”는 말은 편리한 방패가 된다. 그러나 민주 행정에서 판단의 책임은 언제나 사람에게 있다. AI는 도구일 뿐, 결정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후보 토론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토론이 공약 나열과 정쟁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질문 중심의 토론으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을 하겠다는 약속보다,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AI를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보다, 적용하지 말아야 할 영역이 어디인지 묻는 토론이 필요하다.
아주경제가 제안하는 ‘AI 선수’ 검증법은 단순하다. 공약집을 보지 말고, 질문에 대한 답을 보라는 것이다. 질문을 회피하는지, 질문을 되돌려주는지, 질문의 전제를 이해하는지를 보면 된다. AI를 이해하는 리더는 모든 답을 알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무엇을 모르는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 한계를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번 6·3 지방선거는 ‘묻는 선거’가 돼야 한다. 더 많은 공약을 요구하는 선거가 아니라,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선거여야 한다. 묻지 않으면 드러나지 않는다. 검증하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는다. AI 시대의 지방행정은 말이 아니라 질문에서 갈린다.
6·3 지방선거, 이제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 후보는 AI 공약을 말할 줄 아는가가 아니라, AI 앞에서 판단할 준비가 돼 있는가.”
AI 선수를 뽑는다는 것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리더를 선택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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