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BTS아리랑에서 K-헤리티지 글로벌로]③ 왜 세계는 BTS의 한국DNA를 불편해하지 않는가

방탄소년단(BTS)이 ‘아리랑’을 전면에 내세웠을 때, 일부에서는 우려가 제기됐다. “너무 한국적인 선택 아니냐”, “외국 팬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세계는 불편해하지 않았고, 거리감을 느끼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선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 반응은 우연이 아니다. 글로벌 문화 시장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전통’은 종종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설명이 필요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며, 낯섦이 진입 장벽이 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콘텐츠는 전통을 희석하거나 현대적으로 포장하고, 친절한 해설을 덧붙이는 방식을 택해왔다. 한국 콘텐츠 역시 오랫동안 이 공식을 따라왔다. 한국성은 드러내되,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전략이었다.
 

그래픽지피티
[그래픽=지피티]

BTS는 이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그들은 아리랑을 설명하지 않았고, 역사적 배경을 강의하지도 않았다. 대신 감정의 리듬만을 무대 위에 올려놓았다. 이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세계가 받아들인 것은 ‘한국의 전통 지식’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반복해온 감정의 패턴이었다.
 

아리랑의 힘은 특정 서사에 있지 않다. 이 노래는 구체적 사건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이별과 이동, 상실과 재회의 정서를 반복한다. 이 감정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국경을 넘고, 언어를 건너며, 시대를 초월해 인류가 공유해온 정서다. BTS는 이 보편적 감정을 한국의 리듬으로 연주했을 뿐이다. 세계는 이를 ‘외국 문화’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던 감정을 다른 언어로 다시 만난 것으로 인식했다.
 

이 지점에서 BTS의 방식은 일본이나 중국의 전통 활용 전략과 분명히 갈린다. 일본의 전통 기반 콘텐츠는 세계관과 규칙을 먼저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해를 전제로 한 구조다. 중국의 문화 민족주의 콘텐츠는 더 직접적이다. 역사와 정통성을 앞세워 ‘이것이 우리의 문화’임을 강하게 주장한다. 두 방식 모두 성취는 있지만, 동시에 긴장과 거리감을 동반한다.
 

BTS의 선택은 달랐다. 한국성을 주장하지 않았고, 증명하려 들지도 않았다. 다만 숨기지 않았을 뿐이다. 이 태도가 세계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강요 없는 전통,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 문화, 해석의 여백을 남기는 서사. 이것이 글로벌 시대에 통하는 전통의 조건이다.
 

세계가 BTS의 한국DNA를 불편해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이유는 ‘위치’에 있다. BTS는 더 이상 변방의 문화 주체가 아니다.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에서 발언권을 가진 존재다. 중심에 선 주체가 자기 언어로 말할 때, 그것은 이국적 특이함이 아니라 하나의 기준으로 받아들여진다. 문화는 언제나 힘의 위치와 함께 작동한다. BTS는 한국 문화를 ‘소개’한 것이 아니라, 중심에서 ‘사용’했다.

 

이 경험은 K-헤리티지 전략 전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전통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친절한 설명이 아니다. 신뢰할 만한 맥락, 반복적으로 만날 수 있는 구조, 그리고 강요하지 않는 태도다. 세계는 한국의 전통을 이해하기 전에, 한국이라는 주체를 신뢰할 수 있는지를 먼저 판단한다.
 

BTS의 ‘아리랑’은 이 순서를 정확히 보여준다. 신뢰가 먼저였고, 전통은 그 다음이었다. 그래서 세계는 불편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전통을 자기 감정의 일부로 받아들일 여지를 가졌다.
 

이제 질문은 한국 사회를 향한다. 우리는 여전히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가. 혹은 “이해받아야 한다”는 위치에 스스로를 고정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BTS는 이미 다른 답을 제시했다.
 

한국성은 감춰야 할 리스크가 아니다.
신뢰 위에서 꺼내 들 수 있는 자산이다.
불편함은 전통에서 오지 않는다. 태도에서 온다.
BTS의 ‘아리랑’이 세계를 편안하게 만든 이유는 바로 그 태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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