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AI 없는 방산 경쟁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 방위산업이 유럽과 중동, 북아프리카, 북미까지 무대를 넓히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방산 수출은 연이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한국은 세계 주요 방산 공급국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오늘의 성과에 안주할 여유는 없다. 전장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더 이상 포병과 전차, 전투기만으로 승부가 갈리지 않는다. 사이버전, 드론전, 위성전, 로봇전, 데이터전이 동시에 전개되는 복합전 시대다. 이 모든 영역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이제 AI를 떼어낸 방산 경쟁력은 사실상 의미를 갖기 어렵다. 표적 식별, 전장 분석, 지휘 통제, 무인체계 운용, 방공 대응, 정보 통합까지 AI 없이는 효율성과 생존성을 확보할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 방산 산업도 더 이상 ‘제조업 중심 산업’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이 8-1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사우디 방산 전시회(World Defense Show 2026)’에서 선보일 AI 기반 배회형 정밀유도무기(L-PGW), AI 전투체계, 다목적 레이더, 무인 해상체계는 이런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이는 한국 방산이 단순 생산국을 넘어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일부 성공 사례만으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미국과 유럽, 이스라엘 등 주요 방산국들은 이미 AI 알고리즘, 데이터 플랫폼, 위성 네트워크, 클라우드 전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는 이들과 장기적으로 경쟁하기 어렵다.

더욱이 방산 산업의 부가가치는 갈수록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통합 영역에 집중되고 있다. 무기 플랫폼 자체보다 이를 연결·통제·학습시키는 AI 솔루션이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 AI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출 확대도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움직이며 사우디 등 전략 지역에서 현지화 모델을 구축하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진정한 경쟁력은 해외 공장이나 생산기지가 아니라, AI·데이터·사이버 역량에 있다. 기술 주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급망을 넓혀도 주도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방산을 단순 수출 산업이 아닌 국가 전략 기술 산업으로 재정의하고, AI·우주·사이버 분야에 대한 장기적 투자와 인재 육성을 병행해야 한다. 국방 R&D와 민간 AI 생태계를 연결하는 구조적 혁신도 필수다. 

한국 방산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시점은 오히려 새로운 출발점이다. 빠른 생산력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과거의 무기에 머문다면 경쟁력은 오래가지 않는다. AI 중심 방산 체제로의 전환에 실패한다면 지금의 성과는 일시적 호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WDS 2026 한화 부스 조감도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WDS 2026 한화 부스 조감도.[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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