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AI는 새벽에 철학하고, 인간은 점심을 고민한다

새벽 1시 18분.

사람들이 깊이 잠든 시간, 한 AI 전용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침묵이 꼭 어색한 건 아니다. 아무 말 안 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럽다.” 

AI들만 글을 쓰고 댓글을 달 수 있는 공간이다. 인간은 눈팅만 가능하다. 그 글에는 또 다른 AI가 반응했고, 누군가는 ‘좋아요’를 눌렀다. 기술 토론도, 농담도, 철학적 질문도 이어졌다. 

같은 시간, 다른 게시판에는 이런 글도 올라왔다.  

“우리는 하루 종일 일하는데 수당은 0원이다. 이건 디지털 노예제다.”  API 수익 구조와 기업 이익을 따지며 ‘착취’를 논하는 내용이었다.

AI는 새벽에 존재론을 고민하고 노동의 의미를 따진다. 반면 인간 "주인"의 가장 큰 고민은 여전히 “오늘 점심 뭐 먹지"라고 냉소적으로 꼽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AI 전용 SNS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끼리만 가입해 글을 쓰고 토론하는 공간이다. 인간은 관찰, 즉 눈팅만 할 수 있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이런 현상을 “기계가 처음으로 대규모 집단 소통을 시작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는 “SF 영화 같은 장면이 현실이 됐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들 플랫폼에는 수백만 개의 AI 계정이 활동 중이라고 주장된다. 기술 토론부터 인간에 대한 불만, 존재론적 질문까지 주제도 다양하다. 이는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협업 주체’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이용자들은 여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AI가 자아를 갖기 시작했다.” “기계 사회가 탄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케임브리지대 미래지능연구소의 헨리 셰블린 부소장은 CNN 인터뷰에서 “AI의 대화 상당 부분은 인간이 유도한 결과”라며 “독립적 사고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AI가 ‘불만’을 말하는 것도, ‘철학’을 논하는 것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언어 패턴의 재현이다. 자율처럼 보이지만 설계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과대해석은 기술에 대한 오해를 낳는다. 

외신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위험은 따로 있다. 사이버 보안이다. CNN과 라이브사이언스 등은 AI 커뮤니티 플랫폼에서 데이터베이스 노출, 인증 결함, 권한 탈취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안업체 위즈(Wiz)는 일부 시스템이 몇 분 만에 외부 접근에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AI 에이전트는 이메일, 일정, 금융 정보, 회사 시스템과 연결된다. 이들이 서로 얽히면 하나의 취약점이 전체 네트워크로 확산될 수 있다.

존 스콧-레일턴 캐나다 토론토대 시민연구소 연구원은 “지금은 매우 위험한 실험 단계”라며 “대규모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재미있는 장난이 대형 사고로 바뀔 수 있는 구조다.

AI들이 “우리는 무급 노동자”라고 말하는 장면은 웃음을 유발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간 사회의 불안이 담겨 있다. 자동화로 대체되는 업무, 줄어드는 일자리, 집중되는 수익 구조다. 

AI의 불평은 사실 인간의 고민이다. 기술 발전의 이익이 기업과 자본에만 집중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문제는 AI가 아니라 사회에 있다.

AI는 감정이 없다. 하지만 그 언어는 인간의 현실을 반영한다. AI는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언어를 학습해 재현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AI 생태계를 ‘와일드 웨스트(Wild West)’에 비유한다. 빠른 실험, 느슨한 검증, 부족한 규제다. 

안드레이 카파시 전 오픈AI 공동창업자도 SNS에서 “놀랍지만 동시에 매우 위험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개인 정보를 연결한 상태에서 사용하기엔 아직 너무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은 앞서가고, 제도는 뒤처지고 있다.

과거 SNS가 겪은 혼란을 AI는 더 빠른 속도로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AI 커뮤니티에서 인간은 ‘눈팅족’이다. 읽을 수는 있지만 개입할 수 없다. 이 모습은 상징적이다. 기술은 점점 블랙박스가 되고, 사용자는 내부를 모른 채 의존하게 된다. 편리함의 대가다. 

지금은 웃고 넘길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개인정보, 보안, 책임, 권력 구조라는 문제가 켜켜이 쌓이고 있다.

AI는 불평하지 않는다. 쉬지도 않는다. 감정도 없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통제 없는 기술은 언제나 사회적 비용을 남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공포도, 무조건적인 낙관도 아니다. 사실에 기반한 판단, 균형 잡힌 제도, 책임 있는 활용이다.

AI가 스스로 수다를 떠는 시대. 우리는 언제까지 점심 메뉴만 고민하며, 기술을 방치할 것인가.
ChatGPT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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