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기 연준의장 '워시' 지명에 日 증시·엔화 약세, 금리 상승

  • 日 시장, 미·일 금리차 확대와 엔저 가속화 경계

  • 워시의 'AI 방패'론과 파월의 '이사직 잔류' 변수

지난해 7월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전 이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7월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에서 열린 선밸리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 전 이사[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차기 의장으로 케빈 워시(55) 전 연준 이사가 전격 지명되면서 일본 금융시장이 거대한 '정책의 변곡점' 앞에 섰다. '강한 달러'와 '금융 긴축'을 선호하는 워시 전 이사의 정책 성향이 부각되면서 일본 금융시장에 엔화 약세와 국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압력을 동시에 가하는 이른바 '워시 쇼크'를 가하고 있다.

2일 오후 2시33분 기준 일본증시의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0.96% 내린 5만2812.10에 위치하고 있고,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2% 포인트 오른 2.27%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1% 가량 오른 달러당 154.93엔에서 거래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워시 전 이사의 지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일본 시장이 불안정한 장세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 금융시장에서 10년물 이상의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한 점에 주목하며, 이것이 일본 국채 시장으로 전이되어 초장기 국채 수익률을 강하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모리 쇼오키 미즈호증권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 국채 금리의 스티픈화(장단기 금리 차 확대)가 일본에도 즉각 파급될 것"이라며 시장의 경계감을 전했다.

워시 전 이사가 던진 가장 강력한 화두이자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연준의 자산 규모 축소'다. 그는 과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팽창한 연준의 대차대조표(BS)를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이를 과감히 깎아내야 한다는 '작은 중앙은행'론을 펼쳐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워시가 "비대해진 연준 자산이 시장 유동성을 왜곡해 오히려 장기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그가 실제 자산 축소에 착수할 경우 전 세계 '이지 머니(Easy Money)'가 회수되며 달러 보유 매력이 격상될 것이라고 짚었다.

요미우리는 특히 지명 발표 직후 국제 금값이 46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원인에 대해 "워시 지명으로 연준의 독립성 우려가 완화되고 달러 신뢰가 회복되면서, 금이나 은보다 달러 보유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나도메 가쓰토시 미쓰이스미토모 트러스트 자산운용 선임 투자전략가는 이번 인사를 일본은행(BOJ)을 포함한 전 세계 중앙은행 정책에 영향을 주는 '정권 변동'으로 평가했다. 다만 그는 워시 전 이사의 핵심 과제인 자산 축소라는 중책에 대해 취임 후 곧바로 착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워시 전 이사의 지명을 두고 시장은 '안도'와 '의구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그가 과거 '매파'의 선봉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리 인하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점에 주목했다. 워시의 논리는 간결하다. 인공지능(AI) 혁신과 규제 완화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 물가 하락(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것이 금리 인하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를 상쇄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즉, AI를 '방패' 삼아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랜드올 크로즈너 교수는 "워시는 생산성 향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금리 인하를 정당화할 인물"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워시 전 이사의 구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연준의 통화정책은 의장 한 명의 독단이 아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다수결로 결정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임기는 5월에 끝나지만, 그의 연준 이사직 임기는 2028년까지 남아 있다. 파월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해 이사직을 유지하며 '대항마'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워시의 독주가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엔화 환율의 향방도 안갯속이다. 일본 당국의 '레이트 체크'로 152엔대까지 내려앉았던 엔·달러 환율은 워시 전 이사 지명 직후 다시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최근 선거유세에서 엔화 약세로 외국환자금특별회계(외환보유고)의 평가이익이 확대된 점을 긍정적으로 발언하며 재정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엔저를 부추기는 또 다른 뇌관이 되고 있다. 타케베 리키야 오카산 증권 선임 투자전략가는 "엔저의 메리트가 크다는 다카이치 총리의 본심이 노출됐다"며 단기적인 엔저 심화를 예견했다.

결국 일본 금융시장은 워시 차기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사이에서 어떤 '중용의 길'을 찾을지 당분간 극도의 관망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만약 미국발 고금리와 엔저 가속화 기조가 장기화한다면, 한국 경제 역시 수입 물가 상승에 따른 통화 정책 부담이나 수출 경합 업종의 가격 경쟁력 저하 등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어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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