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 | 기본·원칙·상식] 기아차 노조의 임금 체불… AI 시대, 노조도 변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다

기아자동차 노조가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대기업 노조에서 외부 압박이나 경영 위기가 아닌, 조합원 감소와 재정난으로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는 한 기업 노조의 일시적 위기라기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산업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한국 제조업 노조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경고에 가깝다.

문제의 핵심은 조합원 감소다. 정년퇴직자는 늘고 있지만 신규 채용은 줄었고, 생산직 중심의 노조 기반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로봇 도입을 가속하는 한편, 연구개발(R&D)과 신사업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고용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고용의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조의 대응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AI와 로봇은 더 이상 ‘도입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테슬라, 샤오미 등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이미 자동화를 전제로 생산 체계를 재설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로봇 도입을 막거나 기존 임금·고용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흐르는 물을 막기보다,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아차 2025년 경영실적 발표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28일 서울 시내 기아자동차 전시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이날 기아자동차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5년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 지난해 기아의 매출은 62 늘어난 114조1천40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전년보다 283 감소한 것으로 공시됐다 2026128
기아차, 2025년 경영실적 발표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8일 서울 시내 기아자동차 전시장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이날 기아자동차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2025년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 지난해 기아의 매출은 6.2% 늘어난 114조1천40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9조781억원으로 전년보다 28.3% 감소한 것으로 공시됐다. 2026.1.28

이번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노조의 지속 가능성 역시 변화에 달려 있다. 조합원의 기존 권리를 지키는 데만 매달릴 경우, 기업은 자동화로 대응하고 결과적으로 노조의 기반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AI 시대의 노조는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자동화를 무조건 저지하는 조직이 아니라,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지 설계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직무 전환 교육, 재교육·재훈련,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의 안전 기준, 성과와 숙련도를 반영한 합리적 보상 체계 논의가 노조의 중심 의제가 돼야 한다. 이제 논점은 ‘일자리를 없애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로,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다.

정부와 기업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기술 전환의 비용을 노동자에게만 떠넘겨서는 사회적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노조 역시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협상의 주체로 남기 어렵다. AI 시대의 노사 관계는 대립이 아니라, 조정과 설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

기아 노조의 재정 위기는 분명한 경고등이다. 노조가 시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는 일시적 혼란으로 끝날 수도 있고, 구조적 쇠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AI와 자동화가 바꾸는 산업 현실 앞에서 노조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지키는 조직에 머물 것인가, 전환을 이끄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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