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부동산 정책을 두고 거친 언어를 주고받았다. 표현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정작 중요한 질문은 뒷전으로 밀린다. 부동산 정상화는 말의 강도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정책의 방향과 일관성으로 평가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부동산 문제는 어느 한 정부의 실패로 환원될 수 없다. 공급 부족, 자산 불균형, 금융 환경 변화, 과거 정책 선택의 누적 효과가 맞물린 구조적 과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강도 높은 세제 규제가 도입됐지만 공급 신호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며 시장 불안을 키운 경험이 이를 보여준다. 이후 박근혜 정부 후반기와 문재인 정부 초반의 정책 혼선은 기대 심리를 자극하며 가격 급등의 토양이 됐다. 이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이라는 결과로 증명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은 즉각적인 성과가 아니라,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풀고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정책 신호다. 영국 대처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과정에서도 가격 통제보다 정책 방향의 일관성이 먼저 작동했다. 시장은 숫자보다 방향에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부동산 정상화가 쉽다’는 표현도 이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 난이도가 낮다는 의미라기보다,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라는 뜻에 가깝다. 다만 대통령의 언어는 곧 정책 신호가 된다. “말은 가볍지만 시장은 무겁다”는 격언처럼, 부동산 시장은 단어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의지를 강조할수록 표현은 더욱 정교해야 한다.
정책의 성패는 선언이 아니라 설계와 실행의 일관성에서 갈린다. 집값 안정의 목표가 투기 억제인지, 실수요 보호인지, 공급 확대의 속도와 질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가 분명해야 한다. 세제·금융·공급 정책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 않으면 시장은 곧바로 혼란에 빠진다. 정부가 지금 보여줘야 할 ‘결과’는 가격의 즉각적 변동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바꾸는 정책 방향에 대한 신뢰다.
야당의 비판 역시 정치적 소음으로 치부할 사안은 아니다. “왜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느냐”는 질문은 대안 제시 여부와 무관하게 정당한 견제다. 구조적 문제일수록 정책의 속도와 우선순위를 점검하는 비판은 민주주의의 필수 기능이다. 다만 비판이 반복되는 만큼, 정책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논의의 수준을 끌어올릴 책임 역시 야당에 있다.
부동산 정상화는 단기전이 아니다. 정부의 의지는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제도의 방향, 정책 신호의 일관성, 사회적 설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부동산 정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성패를 가른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제 말의 강도가 아니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방향성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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