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레코드협회(RIAJ)의 스트리밍 인증은 속도가 아니라 체류 시간을 본다. 월별 누적 기준으로 집계되며, 반복 청취와 장기 소비가 전제돼야 한다. 광고나 바이럴로 단기간 주목을 받은 곡보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일상 속에서 계속 재생되는 음악에 유리한 구조다.
특히 실물 음반과 라이브 중심의 소비 문화가 여전히 강한 일본에서 스트리밍 플래티넘(1억 회)과 골드(5천만 회) 인증은, 특정 세대나 팬덤에 국한되지 않은 생활 속 음악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이 관점에서 ‘Yet To Come’의 플래티넘 인증은 상징적이다. 이미 정점에 오른 그룹이 “최고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 곡은 성공의 회고가 아니라 성장의 유보이자 미래에 대한 선언이다. 대중음악에서 흔치 않은 태도다.
대부분의 히트곡이 지금의 환호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반면, 이 곡은 오히려 시간을 뒤로 남겨둔다. 일본에서의 장기 재생은 이 메시지가 일시적 감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비되는 의미였음을 증명한다.
‘Love Maze’는 관계의 노래다. 미로 속에서도 엇갈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 함께라면 길을 잃지 않겠다는 믿음을 담았다. 화려한 수사 대신 신뢰라는 최소 단위를 택한 이 곡은 발매 직후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이 재생됐다.
골드 인증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BTS의 음악이 감상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팬덤 내부와 그 바깥에서 정서적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BTS가 일본에서 지금까지 스트리밍 기준 플래티넘 16개, 골드 48개를 획득했다는 사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는 유행의 반복이 아니라 표준의 형성에 가깝다. 자극적인 타이틀곡이 아니라 메시지와 서사를 품은 곡들이 장기 소비의 중심에 섰다는 점은, 이들의 음악 소비 방식이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갔음을 말해준다.
이 흐름은 곧 정규 5집 ‘ARIRANG’으로 이어진다. 3년 9개월 만의 완전체 컴백, 광화문 공연, 34개 도시를 순회하는 월드투어는 단순한 귀환이 아니다. 서사의 재개다. ‘아리랑’이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BTS는 다시 한 번 개인의 성공을 넘어 집단의 기억과 정체성을 호출한다.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축적하기 어려운 자산은 신뢰다. 신뢰는 광고로 만들 수 없고, 조회수로 대체할 수도 없다. 반복적으로 약속을 지켜야만 쌓인다. ‘Yet To Come’과 ‘Love Maze’의 일본 스트리밍 인증은 그 신뢰가 시간이라는 비용을 지불하며 축적된 결과임을 보여준다.
BTS의 진짜 경쟁력은 히트곡의 개수가 아니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믿게 만드는 능력, 그리고 미로 속에서도 함께 가겠다는 약속을 지켜온 기록이다. 그래서 이들의 컴백은 언제나 신곡 발표를 넘어, 하나의 시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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