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 등을 대상으로 한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 정부의 쿠팡 등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불이익 조치에 대한 불만이 이번 관세 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면담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밴스 부통령이 김 총리에게 미국 측은 쿠팡 같은 기술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처우에서 의미 있는 완화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김 총리는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쿠팡 문제와 관련해 미국 기업에 차별적 대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했다"며 "밴스 부통령은 이 사안이 양국 정부 간 오해로 번지지 않도록 과열되지 않게 관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이 같은 대화가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미 부통령실은 논평 요청을 거부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국회에서의 대미 투자 특별법 통과 지연을 비판하며, 자동차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다시 올리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방침은 무역 합의 입법화 지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WSJ은 "이러한 위협은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대우와 한국 교회에 대한 조치 등 여러 사안을 둘러싼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 행정부 내 일부 관계자들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고 사안을 아는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쿠팡은 한국 법인의 지분 100%를 미국에 상장된 모회사 쿠팡 아이엔씨가 보유하고 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쿠팡 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한국 당국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투자사 2곳은 최근 한국 정부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통보했으며, 미국 정부에도 조사와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 말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현재 입법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두고도 트럼프 행정부와 미 의회 일부에서는 '검열'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WSJ은 미국 기술 기업 규제를 둘러싼 이견이 이미 지난해 10월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 정부가 합의한 한·미 무역 협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12월 서울의 디지털 규제와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조치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한국 정부와 예정돼 있던 협정 관련 회의를 취소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도 이날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그들은 투자와 관련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고,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법을 도입했으며, 농업과 산업 부문에서 해야 할 일들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자기 쪽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계속 합의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한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 기술 기업이나 종교 관련 문제가 이번 관세 인상 결정의 원인은 아니라고 WSJ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하했음에도 한국은 협상에서 자신들의 약속을 이행하는 데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며 "한미 관계에서 제기된 다른 문제들은 이번 대통령의 결정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을 공개했지만, 행정부는 아직 행정명령 발동이나 관보 게재 등 구체적인 행정 절차에는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WSJ은 이를 두고 양국 정부 간 협상의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아이오와 일정을 위해 출발하기 전 취재진으로부터 '한국 관세를 올릴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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