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식스 상장 철회 논란] "주주가치 훼손" VS "투자유치 고육책"...신사업 경쟁력 약화 지적도

  •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간 이해충돌 발생"

  • 중복 상장 통한 대규모 자금 확보 난항···"기업 활동 위축"

사진LS에식스솔루션
[사진=LS에식스솔루션]

LS가 추진한 에식스솔루션즈의 기업공개(IPO)가 정치권과 여론의 압박으로 좌초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알짜 자회사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미래 성장 동력 강화에 투자하는 경영 전략 구사가 어려워진 탓이다.

특히 국내 대기업이 영위하는 사업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한 제조 산업이 대부분이라 지속적으로 거액을 투입해야 한다. IPO 외에 다른 길을 택하면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모회사만 상장된 경우가 많은 글로벌 빅테크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6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LS가 중복상장 역풍에 가로막혀 엑시스 상장을 포기한 결정이 재계 전반에 파급 효과를 미칠 것으로 입을 모은다. 수익성과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의 자회사나 사업 부문을 공들여 키운 뒤 IPO 작업을 통해 조 단위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사례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중복상장은 기업 신뢰성과 주주 가치를 훼손해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상장 후 모회사 주주와 자회사 주주 간 이해충돌 문제가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모회사와 자회사 실적이 이중으로 반영되는 '더블 카운팅' 이슈도 중복상장에 대한 비판 논리로 활용돼 왔다. 
 
2023년 두산로보틱스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첫날 공모가 대비 주가가 97.69% 급등한 반면 모회사인 (주)두산 주가가 19.4% 하락한 게 대표적이다. 카카오 역시 2020년부터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를 연달아 상장하는 과정에서 모회사인 카카오와 주요 자회사 주가가 급락하며 개인투자자 피해가 컸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사실상 독점하는 만큼 모기업 또는 자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의사결정을 할 공산이 크다"며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결국 각 상장 기업의 주주 이익 훼손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IPO를 기반으로 성장 동력을 확보한 사례도 적잖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복 상장 우려 속에 IPO를 진행해 12조7500억원 규모의 공모 자금을 유치한 결과 차입금 비율을 대폭 낮추고 신규 투자에 나설 수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상장 계열사 수는 SK그룹이 21개로 가장 많고 이어 삼성그룹 17개, LG·한화·현대차그룹 각 12개, 롯데그룹 11개 등이다. 이들 상장사 대부분은 증시 상위권에 머물며 대규모 생산능력 증설과 해외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괄적인 중복상장 금지는 기업들의 사업 확대와 미래 대비 경영 전략 수립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경계한다. 특히 모회사와 사업 영역이 크게 겹치지 않는 자회사의 증시 입성은 모회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회사가 지주사 역할에 집중하면서 자회사를 상장하면 주가 악영향은 크지 않다"며 "무조건적인 중복상장 제재는 기업의 사업 동력 약화로 이어져 되레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상장 외에 사모채권, 교환채권, 전환사채 등 금융 수단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설 수 있지만 조달 비용 부담이 크고 규모도 제한적이다. 지분을 활용한 자금 조달은 자칫 경영권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중복상장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가 상장하면 모두 중복상장에 해당하는지, LG에너지솔루션처럼 물적분할된 자회사만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엔 인수합병(M&A) 기업이나 신설법인을 상장하는 사례도 무차별적으로 여론 도마에 오르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은 올 상반기 내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에서 중복상장 추진이 상당 기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 권용수 건국대 KU글로컬혁신대학 교수는 "주주환원 정책에 공감은 하지만 궁극적으로 자금 문제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 정부와 개별 투자자가 원하는 증시 밸류업은 추진할 수 없는 과제가 되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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