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의 2080 치약 일부 수입 제품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성분 ‘트리클로산’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에 대한 회수 조치와 함께 수입 과정 및 해외 제조소 관리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검출된 농도는 인체에 위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낮다는 전문가 의견도 함께 제시됐다.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데서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금지 성분이 검출됐으니 곧바로 위험하다고 보는 과도한 공포이고, 다른 하나는 위해 가능성이 낮으니 문제없다는 안일한 결론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공중보건 위기가 아니라, 현행 규제 기준과 관리 시스템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
우선 과학적 위해성 평가는 존중돼야 한다. 트리클로산은 일부 국가에서 일정 농도 이하 사용이 허용되는 성분이며, 이번에 검출된 수준 역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서 급성·만성 위해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외면한 채 곧바로 위험 물질로 단정하는 것은 과학을 정치화하거나 도덕화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 불안을 불필요하게 증폭시키는 접근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위해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이 관리 실패의 책임을 희석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국내에서 명확히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 수입 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했다는 점은, 절차적·제도적 관리에 분명한 허점이 존재했음을 뜻한다. 문제의 핵심은 독성이 아니라 신뢰다. 국민이 매일 사용하는 생활밀착형 제품에서 기준 준수 여부는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시장 신뢰의 근간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현실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 문제의 해외 제조소에서 트리클로산을 설비 소독에 사용한 행위는 현지 기준으로는 합법적이며 통상적인 절차였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단순히 기업의 안이함이나 도덕적 해이로만 돌리는 것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해석이다. 이번 논란은 기업의 태도 이전에, 국가 간 규제 비대칭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던진다.
따라서 해법의 초점은 모든 것을 통제하라는 구호가 아니라, 리스크 기반 관리 체계의 정교화에 맞춰져야 한다. 과거 위반 이력, 해외 제조소의 공정 특성, 국내외 규제 차이를 종합해 관리 강도를 차등화하고, 고위험 구간에 행정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이다. 해외 제조소 관리 역시 국내 기준의 일방적 강요가 아니라, 사전 협의와 표준화된 관리 절차를 통해 규제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이번 치약 논란은 위험의 크기를 다투는 사건이 아니다. 과학적 평가를 존중하면서도, 규범은 분명히 지키는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계기다. 공포도, 안심도 모두 과하면 정책 판단을 흐린다. 원칙은 필요하지만, 그 원칙은 과학과 비용, 그리고 글로벌 현실 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 신뢰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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