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강민호 부장판사)는 강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는 강씨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지 50년 만이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가 부족하다. 그 밖에는 달리 인정할 증거도 없다"며 "단순히 북한에서 발간한 논문을 읽었다고 반국가단체 활동을 찬양하고 동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증거로 활용된 강씨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에 대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작성된 위법한 증거라고 봤다.
무죄가 선고된 뒤 재판부는 "마음이 무겁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았다고 하나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고 너무 늦었다는 점에서 무력감을 느낀다"며 "국민이 기대했던 사법의 역할을 하지 못한 듯해서 반성하는 마음으로 이 사건을 선고했다. 오류를 범한 사법기관 일원으로서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유족들께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무죄가 나온 뒤 방청석에 앉아 있던 유족들은 통곡했고, 맏딸 강진옥씨는 무죄 선고 직후 일어나 재판부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강씨는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한 번도 아버지가 간첩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무죄 선고에 앞서 검찰도 지난해 10월 결심 공판에서 "원심에서 피고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해야 하는 절차적 진실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재심 변호를 맡은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무죄가 선고된 뒤 검찰에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것과 유족들에게도 알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법원 무죄 선고에 검찰은 즉각 입장문을 통해 항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동부지검은 언론 공지문을 통해 "약 50년 동안 흩어진 기록을 모아 확인하는 절차를 인내하며 오래 기다려주신 피고인과 피고인의 유족에게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은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 옹호 기관으로서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그간 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재심에서 여러 차례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지난 1991년 가석방된 고(故) 박기래씨, 간첩단 우두머리로 지목돼 16년간 옥살이했던 고 진두현씨, 징역 10년이 확정됐던 고 박석주씨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강씨처럼 1976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고 1982년 사형이 집행된 고 김태열씨는 지난해 8월 서울고등법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엑스(구 트위터)를 통해 무죄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당시 사건을 수사하고 사형을 구형하고 선고한 경찰, 검사, 판사를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무죄 판결이 난 기사를 "당시에 수사, 기소, 판결을 한 경찰·검사·판사들은 어떤 책임을 지느냐.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뒤늦은 판결 번복"이라며 "(번복을) 안 하는 것보다는 백번 낫지만, 백골조차 흩어져 버린 지금에 와선 과연"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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