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SDV 시대, 자동차 부품 산업의 전환 : 체질 개선 준비할 때

김현용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연구소장
김현용 한국자동차연구원 산업연구소장
과거 자동차 전동화 추세가 본격화되던 시기, 부품 산업의 급격한 변화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기차가 시장의 주류가 되면 엔진, 변속기 같은 내연기관차의 부품 수요가 감소하고,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국내 부품 업계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였다. 더욱이 품질과 원가에 몰두하느라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 많은 부품 기업의 현실이 부각되면서, 업계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공포(phobia)가 드리우기도 했다.

시간이 흘렀지만 우려했던 파괴적 변화가 아직 현실화하지는 않은 듯 보인다.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났으나 증가세는 예상에 미치지 못했고, 대신 하이브리드차와 같은 대안적 친환경차가 시장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이 주효했다. 하이브리드차는 내연기관차에 전동화 부품을 더한 것이니 오히려 일부 기업에 기회가 되었고, 전기차 전환에 따르는 부품 수요 감소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변화가 결코 여기서 마무리된다고 볼 수는 없다. 전동화를 논외로 해도, 자동차의 지능화를 의미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전환이 아직은 본격화하지 않은 까닭이다.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자율주행의 미래상을 내세우고 그 여정에 SDV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는 만큼, 자동차 부품의 핵심은 필연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리고 변화의 동인(動因)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전자적 요소의 증대가 될 것이다.

SDV 전환이 진전되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은 하드웨어 성능 자체보다 소프트웨어로 기능을 정의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가치를 확장하는 능력에 좌우되기 시작한다. 이를 위해 차량의 연산 구조와 통신 방식, 기능 배치를 결정하는 전기·전자 아키텍처가 재편되고, 차량의 기능은 부품과 전자제어유닛(ECU)에 분산돼 있던 체계에서 중앙 혹은 존(zone) 중심으로 통합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기능 구현의 무게중심은 개별 부품에서 차량 플랫폼으로 옮겨갈 것이다.

부품 기업의 위상과 기업 간 관계도 변모한다. 기존에는 대개 개별 부품이나 시스템이 ECU를 보유하고 제어 로직을 내장하는 방식이었지만, SDV가 본격화되면 핵심 제어 로직은 차량 플랫폼 상위로 이동하고, 부품은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충족하는 하드웨어로 변화될 가능성이 커진다. 아울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역량을 바탕으로 설계 단계부터 통합 검증, 보안 대응, 업데이트까지 제조 사이클 전반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은 SDV 생태계에서 새로운 파트너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 시대는 저물고 있다. 업계의 역량을 면밀히 점검하고, 변화의 경로를 찾아줘야 한다. 기업별로 부족한 역량을 식별하고, 인력 육성과 사업 방향 설정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변화를 선도할 전문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SDV 플랫폼 단위에서 완성차와 부품업체 간 다양한 협업 모델을 만들고 지원하여 상생 발전의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변화에 맞서 업계의 체질 개선을 위해 우리 모두의 중지를 모을 때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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