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ade in Busan" 반도체, 삼성 뚫었다...사상구의 '낭중지추'

  • 300억 독자 기술로 일낸 토종 기업 - UNIS

  • 삼성전자에 8인치 SiC 웨이퍼 공급...부산 제조의 반란

최철헌 UNIS 대표사진박연진 기자
최철헌 UNIS 대표[사진=박연진 기자]

주머니 속의 송곳은 결국 뚫고 나오는 법이다. 부산시가 수천억 원을 들여 기장군에 ‘전력반도체 특화단지’라는 화려한 청사진을 그리는 동안, 그 스포트라이트가 비껴난 사상구의 한 공단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를 새로 쓰는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다.

특화단지의 화려한 입주 지원 혜택은 누리지 못했지만, 사상구에 뿌리내리고 오직 기술력 하나로 삼성전자 공급망을 뚫는 ‘낭중지추'(囊中之錐)의 기염을 토한 것.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부산 사상구에 본사를 둔 전력반도체 전문기업 UNIS(유니스)는 지난 16일 삼성전자에 자체 개발한 8인치 SiC(탄화규소) 전력반도체 웨이퍼 샘플 공급을 개시했다.

이번 공급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먼저 UNIS의 기술력에 주목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개발팀 내에서 ‘부산에 8인치 SiC 웨이퍼를 제대로 양산하는 기업이 있다’는 소문에 직접 확인해 보니, 그곳이 기장 특화단지가 아닌 오래된 사상 공단의 중소기업이라는 사실에 다들 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이번에 공급된 8인치 SiC 웨이퍼는 전력반도체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핵심 소재다. 그동안 수도권의 유수 기업들조차 높은 기술 장벽 탓에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하거나 고전했던 난공불락의 영역이었으나, 부산의 토종 기업인 UNIS가 이를 보란 듯이 성공시키며 ‘Made in Busan’의 기술 초격차를 입증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두고 6.25 전쟁 당시 전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에 비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사진=박연진 기자]
[사진=박연진 기자]

당초 부산시는 기장군을 전력반도체 메카로 키우겠다며 대대적인 지원책을 내놨지만, UNIS와 같은 알짜 기술 기업은 특화단지 입주라는 행정적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하지만 UNIS는 이에 굴하지 않고 사상구 현장에서 3년간 300억 원 이상의 자체 자금을 쏟아부으며 ‘와신상담'한 끝에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정부 지원금이 흐르는 ‘기장’의 온실이 아닌, 땀 냄새 베인 ‘사상’의 야생에서 피어난 성과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남다르다.

이번 성과는 부산시의 ‘보여주기식 행정’은 물론, 정부의 허술한 R&D 지원 시스템에도 뼈아픈 일침을 가한다.

 부산시가 실체가 불분명한 외부 기업 유치와 MOU 체결 홍보에 열을 올리며 ‘주객전도된 행정을 펼치는 사이, 정작 부산의 자존심을 세운 것은 사상구의 야생화 같은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최철헌 UNIS 대표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정조준하며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현재의 연구과제비 및 지원금 선정 방식이 형식적인 서류 요건 맞추기에만 급급해, 정작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최철헌 UNIS 대표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정조준하며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공장이나 생산 설비조차 갖추지 않은 채 그럴싸한 자료와 설명만으로 지원금을 타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에서조차 ‘옥석구분'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 대표는 이러한 ‘깜깜이 지원’이 결국 지원금만 노리는 이른바 ‘먹튀 기업’을 양산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현장 중심의 검증 시스템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서류상의 요건이 아니라, 실제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지, 생산된 제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역설하며, “이러한 현장 검증 절차가 선행되어야만 혈세 누수를 막고, 기술력을 갖춘 ‘진짜’ 중소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 반도체 전문가는 “지자체가 화려한 간판을 단 ‘외지 기업’ 모시기에 급급해, 정작 가까운 곳의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며 “기장 특화단지라는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것은 UNIS처럼 실제 성과를 내는 소프트웨어(기술 기업)를 발굴하는 안목”이라고 지적했다.

부산 사상구에서 만들어진 8인치 웨이퍼가 삼성전자의 심장부로 들어갔다.

UNIS의 ‘조용한 혁명’이 부산 반도체 정책의 물줄기를 바꾸고, 대한민국 R&D 지원 체계의 대전환을 이끄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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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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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류 잘 쓰는 회사보다 실제로 만들고 파는 회사가 인정받아야죠. UNIS 사례 보니까 지금 R&D 지원 방식은 확실히 문제 있어 보입니다. 이런 게 진짜 혁신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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