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네 리뷰] 뻔뻔하고 사랑스럽게…권상우·문채원 '하트맨'

"낭만적이네요. 이 조명, 온도, 습도···." 한 예능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남긴 말이다. 장소, 날씨, 몸 상태 등 하나하나가 모여 '분위기'를 만든다는 의미다. 영화도 마찬가지. 그날의 기분, 나의 경험이 영화의 '평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최씨네 리뷰'는 필자의 경험과 시각을 녹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다. 조금 더 편안하고 일상적으로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영화 하트맨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하트맨'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연애는 타이밍이고 코미디는 그 타이밍이 어긋날 때 시작된다. 말해야 할 순간을 놓치고 설명해야 할 타이밍을 미루는 선택은 대개 상황을 키운다. 끝낼 수 있었던 대화는 오해로 번지고 사소한 침묵은 걷잡을 수 없는 설정이 된다. 로맨틱 코미디가 가장 웃겨지는 지점은 언제나 그 '한 박자 늦은 선택'에서 출발한다.

영화 '하트맨'(감독 최원섭)은 바로 그 어긋난 타이밍 하나로 이야기를 밀어붙이는 로맨틱 코미디다. 첫사랑과 재회한 남자는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기로 하고 그 선택은 감정보다 상황이 앞서는 연애를 만들어낸다. 이후의 웃음은 모두 이 미뤄진 한마디에서 파생된다.

락밴드 '앰뷸런스'의 메인 보컬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승민(권상우 분)은 첫사랑 보나(문채원 분)에게 고백을 결심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타이밍을 놓친 채 헤어진다.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음악을 접고 악기점을 운영하며 이혼 후 딸 소영(김서헌 분)을 홀로 키우는 가장이 된다. 무대와는 멀어졌지만 음악에 대한 미련과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여전히 삶 한켠에 남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처럼 다시 마주친 보나는 승민이 애써 정리해 두었던 감정을 다시 흔들어 놓는다.

재회의 설렘도 잠시, 보나는 '이혼남'은 괜찮지만 '아이가 있는 남자'는 어렵다며 선을 긋는다. 딸을 향한 책임과 첫사랑을 향한 미련 사이에서 승민은 결단 대신 유예를 택한다.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채 만남을 이어가고 그 선택은 연애를 점점 복잡한 상황극으로 끌고 간다. 영화는 이 갈팡질팡하는 선택을 도덕적으로 재단하기보다 코미디의 연료로 삼는다.
영화 하트맨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하트맨'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르헨티나 영화 '노 키즈'를 원작으로 한 '하트맨'은 아이의 존재를 숨긴 채 벌어지는 일상의 균열을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낸다. 타이밍이 어긋날수록 오해는 커지고 그때마다 웃음은 어김없이 발생한다.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부르는 구조, 진실이 늘 한 템포 늦게 따라오는 반복은 이 영화의 핵심적인 코미디 장치다.

영화 초반 권상우와 박지환이 대학생 시절을 직접 연기하는 다소 무모한 선택은 오히려 작품의 기세를 분명히 한다. 첫 장면에서 제시되는 과장된 설정을 받아들이고 나면 이후의 코미디는 자연스럽게 관객의 호흡 안으로 들어온다. 딸과 첫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승민의 태도, 들키지 않기 위해 상황을 키워가는 선택들이 반복되며 웃음을 만든다. 자칫 불편해질 수 있는 설정임에도 영화는 인물들을 몰아붙이기보다 한 발 비켜 서서 바라보는 가벼운 톤을 유지하며 끝까지 웃음의 리듬을 놓치지 않는다.

이 중심에는 배우들의 힘이 있다. 권상우는 능청스러운 표정과 몸의 리듬으로 승민을 과하지 않게 끌고 간다. 상황이 꼬일수록 감정을 밀어붙이기보다 한 발 물러서 웃음을 만드는 방식이다. 덕분에 영화는 원맨쇼로 흐르지 않고 자연스러운 앙상블을 이룬다. 문채원은 첫사랑 보나를 과장 없이 그려내며 이 연애가 다시 시작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득력 있게 채운다. 딸 소영 역의 김서헌은 영화의 '킥'이다. 영화의 리듬을 조율하며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하트맨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하트맨'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연출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기에 충실하다. 코미디 장르에서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최원섭 감독은 빠른 템포와 생활 디테일에서 길어 올린 농담, 배우 간의 티키타카를 능숙하게 엮는다. 설정의 허술함이나 서사의 구멍은 능청스러운 연출과 배우들의 호흡으로 무난히 봉합된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주변 인물들의 서사는 기능적으로 소비되고 갈등의 깊이는 주제에 비해 빠르게 지나간다. 하지만 '하트맨'은 그 한계를 숨기려 하지 않는다. 대신 상황 코미디와 배우들의 매력으로 정면 돌파한다. 이 영화의 완성도를 떠받치는 것은 서사의 정교함이 아니라 순간을 살려내는 연기의 설득력이다.

'하트맨'은 연애의 본질을 깊이 파고드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연애가 어긋나는 순간 얼마나 웃길 수 있는지를 정확히 안다. 감정을 과잉 소비하지 않고, 상황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선택으로 부담 없이 웃고 나올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제 몫을 다한다. 14일 개봉. 러닝타임은 99분이고 관람 등급은 12세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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