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쿠팡의 ‘자체 조사·자체 포렌식’ 과정에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며, 위법 소지가 확인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은 현재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쿠팡이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과 취득 경위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2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이 피의자의 노트북을 임의 제출하는 과정에서 자체 포렌식을 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며 “허위·조작된 자료 제출이나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확인될 경우 증거인멸이나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쿠팡은 고객 정보 유출 혐의를 받는 전직 직원을 특정한 뒤 해당 인물이 사용하던 노트북을 확보해 자체 분석을 진행했고, 이후 이를 경찰에 제출했다. 그러나 제출 과정에서 자체 포렌식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 청장은 “피의자를 먼저 접촉하고 진술을 확보한 뒤 핵심 증거물까지 자체적으로 분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말했다.
쿠팡은 앞서 유출 사고와 관련해 중국 현지에서 피의자의 노트북을 확보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쿠팡이나 다른 기관으로부터 사전에 관련 내용을 통보받은 사실은 없다”며, 국정원과의 공조 여부에 대해서도 “사전 협의나 지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국정원 역시 정보 수집 차원의 업무 협의였을 뿐 수사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재 쿠팡이 임의 제출한 노트북과 함께, 본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서버 자료와 저장매체 등을 종합 분석 중이다. 침입 경로와 유출 범위, 실제 개인정보가 외부로 반출됐는지 여부, 범행에 가담한 인물이 더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박 청장은 “압수물 분석을 마쳐야 정확한 유출 경위와 책임 범위를 특정할 수 있다”며 “분석 결과를 토대로 피의자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와 경찰 수사는 별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청장은 “기업의 외부 발표나 자체 판단이 수사 결과를 대신할 수는 없다”며 “경찰은 법과 절차에 따라 확보한 증거를 중심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단계에서 특정 혐의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수사를 방해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인력을 보강했다. 기존 인력 외에 추가 수사 인력을 투입해 디지털 포렌식과 자료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확보된 방대한 전자자료를 중심으로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외부 침입 여부, 내부 공모 가능성, 추가 유출 가능성 등을 모두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특정된 피의자에 대한 조사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 압수물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자 소환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며, 필요할 경우 추가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도 검토할 계획이다. 박 청장은 “수사는 계획에 따라 진행 중이며, 절차를 건너뛰거나 서두를 수는 없다”며 “객관적 증거에 따라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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