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QR은 기본, NFC는 확장판…상하이가 보여주는 비접촉 결제의 내일

  • 3일간 방문한 18곳의 상점 중 6곳이 NFC결제 가능

  • 같은 20위안, 네이버·카카오페이 '8원' 차이

상하이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기자가 NFC로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서영 기자
상하이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기자가 NFC로 결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서영 기자]
상하이 시내의 한 카페 계산대. 직원은 손님에게 결제 수단을 묻지 않았고, 손님 역시 지갑을 꺼내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QR코드도 없이 작은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가 놓여 있었다.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자 1초도 안 돼 '삑' 하는 결제음이 울렸다. 앱을 켜고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 QR 스캔의 번거로움조차 사라진 풍경이다.

12월 초 상하이에 머문 3일간 편의점, 식당, 쇼핑몰 등 총 18곳의 오프라인 상점을 방문했다. 그중 약 6곳에서 NFC 결제가 가능했다. 주로 회전율이 중요한 카페나 디저트 가게에 집중돼 있었다. 이는 QR을 대체하기보다, 이미 구축된 결제 인프라 위에 '속도'라는 확장 옵션을 얹은 모습이다.

중국이 다시 NFC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QR 결제는 앱 실행 후 카메라 스캔이라는 '단계'가 필요하지만, NFC는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즉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알리페이는 2024년부터 약 300억 위안(약 6조2000억원)을 투입해 인프라를 확장 중이다. 상하이를 비롯한 50여 개 도시가 이미 사정권에 들어왔다.

글로벌 기업들도 이 거대한 생태계에 몸을 맞추고 있다. 애플이 동영상 플랫폼 도우인(틱톡 중국판)과 손잡고 '도우인 페이'의 NFC 결제 테스트를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표준을 강요하기보다, 중국인들의 결제 습관 속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물론 여전히 중국 결제의 뿌리는 QR이다. 3일간 기자의 지갑은 가방 깊숙한 곳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계산대에 붙은 알리페이 스티커는 수천 번의 스캔을 견디느라 가장자리가 하얗게 닳아 있었다.
 
QR결제만 가능한 상하이 한 편의점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결제 가능 문구가 다소 낡은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QR결제만 가능한 상하이 한 편의점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결제 가능 문구가 다소 낡은 모습. [사진=이서영 기자]
현지인들에게 QR은 더 이상 '기술'이 아닌 '관습'이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몰린 시내 한 매장 직원은 기자를 보자마자 인사 대신 "알리페이?"라고 물었다. 다른 결제 수단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듯, 알리페이는 설명이 필요 없었다. 

하지만 이 효율적인 시스템이 모두에게 친절한 것은 아니었다. 동행한 지인은 출국 전 알리페이 인증을 마무리하지 못해 현지에서 곤욕을 치를 뻔했다. 현금을 받지 않는 택시를 호출하거나, QR 주문만 받는 식당에서 혼자 힘으로는 물 한 병 사기 어려웠다. 현금 없는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디지털 인증에 실패한 외국인은 경제 활동에서 일시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그림자를 보여줬다.

국내 결제 시스템의 경우 같은 장소에서 같은 금액을 결제해도 이용하는 플랫폼에 따라 실질 비용이 달라졌다. 상하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입장료 20위안을 결제하자 네이버페이는 4243원, 카카오페이는 4235원이 청구됐다. 국내 결제 시스템은 한국인이 중국서 별다른 인증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플랫폼별로 적용하는 환율과 네트워크 수수료 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8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여행자로서는 플랫폼 선택이 곧 환전 전략이 되는 셈이다. 

상하이에서 마주한 결제 환경은 '무엇을 도입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를 이미 지나 있었다. QR로 일상을 완벽히 장악한 뒤, NFC로 그 속도까지 흡수하며 비접촉 결제의 완성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중국의 결제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보다 앞서 도착해 있는 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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