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빈자리 메운 K-중고차...'수출 효자'로 우뚝

올해 1~11월 중고차 수출 82.6%↑...車수출 역성장 방어

[사진=아주경제DB]

올해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 시장에서 중고차가 신차 수출의 빈자리를 채우며 새로운 동력으로 급부상했다. 미국 고율 관세와 현지 생산으로 신차 수출이 주춤한 상황에서 중고차 수출이 이를 뒷받침하며 전체 자동차 수출의 실적 하락을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21일 산업통상부와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고차 수출액은 84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82.6％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중고차를 포함한 전체 자동차 수출액이 647억 달러에서 660억 달러로 2％ 성장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고차가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전체 자동차 수출액에서 중고차분을 제외하면 수출액은 601억 달러에서 576억 달러로 4.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의 브랜드 가치 상승과 환율 효과가 이 같은 성장을 이끌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차의 기술력이 좋아지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중고차로서의 가치도 올라갔다"며 "올해 원화가 약세였다 보니 가격이 저렴해진 효과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국가별로는 러시아에 대한 우회 수출 통로로 꼽히는 키르기스스탄이 최대 수출국으로 떠올랐다. 구체적으로 올해 1∼10월 기준 키르기스스탄의 중고차 수출규모는 26억236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어 러시아(9억980만 달러), 카자흐스탄(6억6460만 달러), 아랍에미리트(UAE·3억3720만 달러), 튀르키예(2억6400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 대수는 리비아(11만9519대), 키르기스스탄(10만4738대), 튀르키예(9만3615대), UAE(4만5719대) 순이었다.

차종별로는 내연기관차가 65억1110만 달러로 전체의 91.5％를 차지하고 있으나, 하이브리드차(HEV)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하이브리드 중고차 수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7.5％ 급증한 5억6120만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글로벌 전기차 '캐즘' 영향으로 16.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중고차를 이제 단순한 중고 매매를 넘어 국가 전략 수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준하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원은 지난 5월 말 '중고차 수출시장의 부상과 전략적 대응의 필요성' 보고서를 통해 "중고차 수출 확대는 우리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도전 속에서 주목할 기회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고차 수출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품질인증 등으로 정보 비대칭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국내 중고차 수출업체 대다수가 정보력의 한계가 명확한 영세 사업자인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강화되는 글로벌 중고차 수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적인 정보공유 시스템 마련이 필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