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H200에 대한 중국 수출을 허용한 것은 화웨이의 기술력이 이미 H200과 맞먹는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이 중국의 기술력을 인정하는 셈이 되면서 엔비디아가 H200 칩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게 되더라도 중국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이번 규제 완화 배경에는 화웨이가 미국이 인정한 것보다 엔비디아를 훨씬 더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평가가 깔려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안보 강경파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對)중국 AI 칩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부터 출시된 모든 칩을 수출하는 것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했으나 결국 H200을 중국에 판매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는 화웨이가 이미 H200과 비슷한 성능을 갖춘 AI 전용 칩 개발에 성공해 보안 위험이 줄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또한 화웨이가 내년에 어센드 칩을 수백만 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최종적으로 H200의 대중국 수출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화웨이가 올해 어센드 칩을 20만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지난 6월 전망치와 대비된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H200을 중국에 수출하더라도 미국은 기존 18개월의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있으며, 중국 기업들은 화웨이 등 자국산 칩 대신 미국의 기술 생태계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H200 수출 허용 사실과 함께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인 '블랙웰'과 곧 출시 예정인 '루빈'은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전하며 "우리는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며, AI 분야에서 미국의 선두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의 기술력이 미국의 예상보다도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가 중국에 H200을 판매한다고 해도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이날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H200 칩에 대해서도 사용을 규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 칩 구매 요청을 한 중국 기업에 대해 국산 대안 제품을 쓰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게 하는 등 승인 절차를 의무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정부 산하 기관의 H200 구매 금지 등의 조치도 도입될 수도 있다. 앞서 중국은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으로 성능을 낮춘 'H20'에 대해서도 사용을 제한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이 미국의 규제 완화를 받아들여 H200 칩이 중국에 수출되게 될 경우 미국은 TSMC의 대만 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을 거쳐 다시 중국으로 보내는 경로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당국의 특별 안보 심사를 받고, 수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지적을 피해 엔비디아로부터 중국 매출의 25%를 관세 명목으로 청구하기 위해서다. 엔비디아가 중국 매출 25%를 정부에 납부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H200 대중국 수출 허용 조건으로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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