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K-불교… 대한민국 불교 총본산 조계사가 앞장설 것"

  • 이승현 조계사 총신도회장 인터뷰

  • 아시아·서구권 불교와 활발한 교류

  • 내면의 힘 국제사회·젊은이들에 전파

  • 사회 갈등·대립으로 많은 비극 생겨

  • 종교 관계 없이 배려하는 세상 되길

캡션에 주요 멘트 한 줄 부탁드립니다 이승현 조계사 신도회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승현 조계사 신도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조계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년엔 K-불교를 중심으로 불교 글로벌화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고 밝혔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승현 조계사 총신도회장은 3년 전 첫 취임 때 '세계 1등 조계사'란 당찬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엔 다소 허황된 포부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변화는 서서히 나타났다. 이 회장은 "1등 도량이 되겠다는 마음이 신도님들의 태도에 나타났다"며 "옷차림부터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마음가짐까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K-불교다. 지난 3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내년엔 K-불교를 중심축으로 삼아 불교 글로벌화에 역점을 두고자 한다”며 불교 포럼과 민간 불교 축제 등 다양한 행사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계사가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계사는 대한민국 불교의 총본산이죠. 중심 중의 중심이에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염원이 응집된 공간이기도 하고요. 수도 서울 한가운데에 자리해 접근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조선 500년의 문화유산이 주변에 펼쳐져 있어요." 

이 회장은 K-컬처가 전 세계를 뒤흔드는 지금이야말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롯이 이어온 대한불교 조계종이 세계로 보폭을 넓혀야 할 때라고 봤다. 아시아 불교 국가들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서구권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K-불교가 국제 무대에 뿌리를 내릴 적기란 것이다. 
 
“요즘은 K-팝부터 K-드라마까지 K-컬처가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어요. 'K-불교'라는 이름으로 접근하면, 세계인-특히 젊은 세대가 훨씬 친근하게 다가올 거예요.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불교가 나름대로 융성하고 있는 만큼, 협력의 기반도 있죠. 아주경제가 5개 국어로 기사를 송출하는 만큼 언어 전달이 쉽게 될 수 있으니, 협력을 통해 한국 불교를 널리 전파하는 데 노력하겠어요.”
캡션에 주요 멘트 한 줄 부탁드립니다 이승현 조계사 신도회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승현 조계사 신도회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108배에 땀범벅...인내·배려 배워" 
이 회장이 'K-불교'를 강조하는 배경엔 개인적인 경험도 자리한다. 불교 집안에서 자라긴 했지만 이 회장이 불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시점은 20여년 전인 40대 중반부터다. 당시 삼성전자를 다녔던 그는 인생의 전환점을 고민했고, 회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가 2006년 삼성전자 퇴사 후 설립한 인팩코리아는 현재 TV·스마트폰용 안테나 등을 글로벌 기업에 공급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최근 ‘제62회 무역의 날’에서 핵심 소재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철탑산업훈장도 받았다.

하지만 한창 나이에 회사를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불안과 두려움이 뒤따랐다. “삼성전자를 그만둔다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고민 끝에 처음으로 월차를 내고 아내와 합천 해인사에 갔죠. 108배를 하는데, 60배쯤 지나자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더군요. '108배도 제대로 못 하면서 잘난 척하며 살았구나!'하고 깊이 반성했죠.”

이후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용기를 얻었다. 마음 근육도 단단해졌다. 인내와 배려가 일상생활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예전엔 성격이 참 급했어요. 목표만 보고 전력 질주하고, 재촉하고, 고함도 질렀죠. 그런데 부처님 공부를 하면서, '내가 세상을 너무 몰랐다'는 걸 깨달았어요. 금강경을 수백번 읽었죠. 인내와 배려, 여유가 생기더군요. 사회생활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불교는 누가 강요하는 게 아닌, 스스로 공부해서 깨닫는 종교죠.”
"의욕 잃은 세계 젊은이...선명상으로 영혼 마주하길" 
그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번뇌하는 청년들이 불교를 접하길 바란다. 조계종이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중심으로 선명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박차를 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불교만이 찾아줄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국제 사회와 젊은 세대에게 전파하겠다는 의지다.

"자살률도 높고 폭행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요. 젊은이들은 의욕을 잃고 방황하고요. 얼굴에 묻은 때는 거울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내 영혼의 상태는 잘 보이지 않아요. 불경을 읽거나 절을 하는데 잡생각이 계속 떠오른다면, 그게 바로 지금 내 마음의 상태인 거예요. 총무원장 스님께서도 젊은이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자며, 선명상 보급에 나서고 계세요. 아침에 단 30초라도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가다듬으면 평온이 찾아오죠. 이건 국가나 병원이 치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에요.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해당하는 역할을 불교가 해내고 있어요."

해남 땅끝마을의 자그마한 섬에서 태어난 이 회장이 고향 마을 한가운데에 해수관음상을 모신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고향 섬 주민 대부분이 양식업에 종사해요. 저녁에 술 한잔해야 겨우 잠에 들 정도로 하루하루가 고단해요. 부처님을 모신 뒤 고향 분들이 '부처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삶에 위안이 된다'고 하시더군요. 부처님의 자애로운 얼굴을 보면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그렇게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고 해요.”

그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를 언급하며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밝혔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아요. 정부가 균형감 있게 접근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해요. 불교는 나라가 어려울 때 의병을 일으키는 등 국가적 위기 때마다 나라를 지키는 데 앞장섰어요. 정부와 공무원, 정치인들 모두 이를 분명히 인식하길 바랍니다." 
 
이 회장은 인터뷰 끄트머리에 '배려'를 강조했다. 

"사람 사이의 갈등과 대립 때문에 발생하는 비극이 너무 많아요. 우리 대한민국 국민만이라도 기독교든, 천주교든 종교에 관계없이 자신이 믿는 종교를 통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서로를 배려하길 바랍니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나라는 분명 행복하고 웃음이 넘치는 나라가 될 거예요. 또 K-불교가 아시아를 거쳐 전 세계로 뻗어나가면, 세상 모든 이들이 한 가족처럼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어요. 불자 여러분을 포함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늘 믿음을 갖고 가르침에 충실해,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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