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월드컵과 시장(Market)에서 최후 승자는 불확실성을 다루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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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월드컵 조 추첨은 한국 대표팀에 만만치 않은 과제를 던졌다.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유럽 플레이오프 승자(덴마크·체코·아일랜드·북마케도니아)를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이번 조 구성의 큰 변수는 '환경'이다. 모든 경기가 멕시코에서 열린다는 사실은 또 하나의 경쟁자로 작용한다. 고지대·기온·습도는 선수들의 체력과 전술, 심리까지 흔드는 보이지 않는 압력이다. 이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제 환경과도 닮아 있다.

멕시코 전역에 걸친 고지대, 극심한 기온 변화, 높은 습도, 홈팀의 압도적 응원까지. 이번 대회는 기술이나 전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 환경의 전장이다. 기업가정신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핵심 동력이다. 기술·자본보다 기회 인식, 위험 감수, 자기효능감, 혁신성과 같은 행동 요인이 성장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조 추첨 직후 홍명보 감독이 "첫 두 경기는 고지대, 마지막 경기는 35도 이상 습도"라고 말한 것은 문제의 본질을 직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인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환경을 기회로 바꾸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

많은 지도자가 상대 전력에 집중할 때 홍 감독은 환경을 먼저 언급했다. 이는 불확실성을 인식하는 올바른 출발점이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은 인식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 위험을 기회로 전환하는 실행력이 성과를 좌우한다. 축구에서도 단순한 환경 분석을 넘어, 불확실성을 전략적 자산으로 구조화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멕시코의 해발 1600m 고도는 체력 소모를 평지보다 크게 높이고, 마지막 경기의 고온다습한 조건은 패스 스피드와 압박 강도, 회복 능력까지 흔든다. 여기에 '홈'이라는 심리적 우위까지 더해진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환경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팀이 맞닥뜨리는 동일한 변수라는 사실이다.

같은 조건에서도 성과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자원보다 행동의 차이, 즉 기업가정신이다. 어떤 팀은 환경을 위험으로 받아들이고, 어떤 팀은 이를 준비 가능한 기회로 전환한다. 그 차이는 지도자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기업가정신은 위험을 피하는 능력이 아니라 위험을 다루고 실행으로 연결하는 역량이다. 홍 감독의 "준비할 수밖에 없다"는 말은 방향성으로는 옳지만, 구체적 실행 전략으로 이어질 때 의미를 갖는다. 기후 적응 훈련, 체력 로딩 설계, 로테이션 운영, 경기별 전술 차별화는 불확실성을 관리 가능한 체계로 바꾸는 핵심 전략이다. 혁신성과 실행력은 기업가정신의 핵심 요소이며 성과의 직접적 예측 변수다.

월드컵도 다르지 않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리더의 실행 기반 기업가정신이다. 환경은 모든 팀에게 같지만, 그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대비하느냐는 팀마다 다르다. 월드컵의 승자는 실력이 가장 좋은 팀이 아니라 기회를 먼저 보고 먼저 준비하는 팀이다. 지금 한국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방향으로 이끄는 지도자의 기업가정신이다. 홍 감독은 그 문 앞에 서 있다. 고지대, 습도, 홈 이점은 높은 장벽이지만, 기업가정신을 갖춘 리더라면 이 장벽을 기회의 발판으로 바꿀 수 있다.

기회를 보는 자가 이기고, 먼저 뛰어드는 자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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