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리드오프 홍창기는 ‘꾸준함’이라는 단어로 설명되는 선수다. 매 경기, 매 시즌 흔들림 없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 팬들이 그를 향해 “홍창기 = 믿음”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그 안정감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이 꾸준함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는 어떻게 지금의 홍창기가 되었을까. 시즌을 마친 홍창기를 만나 그의 야구 인생을 깊이 들여다봤다.
홍창기의 야구는 특별한 계기보다 자연스러움에서 출발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랑 야구를 하면서 많이 놀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를 시작하게 됐죠.”
프로나 진로를 고민하는 시점에서도 홍창기가 먼저 “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버지가 먼저 그 길을 권했고, 함께 보낸 시간 속에서 야구는 그의 가장 확실한 꿈이 됐다. “아버지가 먼저 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셨고,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저도 야구가 좋았어요.”
제대 뒤에는 진로코리아에서 기술적 변화와 루틴을 더 정교하게 만들었고, 그 시간이 지금의 홍창기를 만든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여러 타이틀 중 그에게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을 묻자 그는 주저 없이 “우승”을 꼽았다.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 우승이죠. 우승보다 더 중요한 건 없습니다.”
결국 그의 중심에는 늘 ‘팀’이 있다. 리드오프로서의 역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도 그 철학은 분명했다.
“선발 투수를 가장 먼저 보니까 그날 컨디션이나 공이 어떤지를 확인해서 선수들과 공유하죠. 리드오프는 팀의 첫 장면이니까요.”
그렇다면 ‘홍창기다움’은 뭘까.
그는 “공을 잘 보고, 출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기본에 충실하되, 매 순간 투수를 흔들기 위한 사소한 틈을 놓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그가 생각하는 야구의 기준이다.
“사소한 틈을 파고드는 게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홍창기가 지금의 꾸준함을 만들기까지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루틴이다.
“슬럼프가 와도 안 좋았던 건 기억 안 하려고 해요. 잘될 때도 루틴을 이어가야 안 좋을 때 빨리 빠져나올 수 있다고 믿어요.”
좋을 때 휴식을 취하고, 나쁠 때 더 몰아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매일 똑같은 준비를 통해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접근이다.
비시즌에는 운동, 여행, 친구들과의 시간을 보내지만 “야구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다”고 웃었다. 스크린야구는 반대 손으로 치기 때문에 “잘 나올 때도 있고 안 나올 때도 있다”며 소소한 일상을 들려준다.
팬들은 그의 응원가와 ‘대창·막창 패러디’를 유쾌하게 소비한다. 그는 “막창 좋아합니다”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응원가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렇게 좋아해주실 줄 몰랐다”며 “첫 응원가라서 감회가 남달랐다”고 했다.
외야수로 함께 뛰는 동료들과의 호흡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민이 형과 계속 소통하면서 어려운 타구를 정리했을 때 가장 좋아요.”
감독들에게 받은 영향도 크다.
“류지현 감독님은 엄마처럼 많이 챙겨주셨고, 염경엽 감독님은 디테일을 아주 많이 알려주셨어요.”
홍창기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건 단 하나다.
“본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해요. 아무리 잘해도 팀워크를 해치면 안 되니까요.”
그의 평소 걷는 방식, 말투, 플레이에서도 드러나는 팀 중심의 사고방식이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팬들이 말하는 ‘홍창기 = 믿음’이라는 표현도 그는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일단 야구를 잘해야 믿음을 줄 수 있죠.”
시즌 시작 전 “올해도 나 한번 믿어봐”라고 쓴 이유에 대해선 “저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었고,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 팬이었던 선수로 김현수의 이름을 말한 그는 “베이징 올림픽을 보며 자랐고,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어요. 나중에 LG에서 같이 뛰게 돼 성공한 덕후라고 생각해요”라며 웃었다.
초기에는 김현수에게 투수 공략법부터 수비 위치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배웠다”고 말했다.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리며 그는 야구를 그만둘까 고민한 때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고, 그 시기가 있었기에 더 성장한 것 같아요.”
홍창기는 말한다. “저에게 야구는 인생이에요.”
어릴 때부터 야구를 보고, 야구를 하면서 자랐기에 다른 표현은 떠오르지 않는 듯했다.
팬들이 “홍창기가 있어서 좋았다”고 말하는 날까지, 그리고 가능한 한 LG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마음도 솔직하게 내비쳤다.
“제가 원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은 그래요.”
인터뷰의 마지막에서도 그는 여전히 ‘꾸준함’을 말하고 있었다.
“한 번에 성공하는 사람은 소수예요. 작은 것들이 쌓여야 성공이 온다고 믿어요. 힘들어도 좌절하지 말고, 오늘도 잘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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