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GM 철수는 美 본사 계략"...정부·산은 방관 속 흑역사 재연

  • 안규백 한국GM 지부장 "23년 전 경고 지금은 현실이 됐다"

  • 한국GM 철수 10년 전 데칼코마니…"정부 같은 실수 반복 않기를"

안규백 한국GM 지부장이 산업은행 앞에 마련한 집회 천막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오주석기자
안규백 한국GM 지부장이 산업은행 앞에 마련한 집회 천막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오주석기자]
한국GM의 국내 직영 정비센터 운영 중단 조치에 대해 미국 GM 본사의 국내 이탈 신호라는 해석이 비등하고 있다. 반복되는 철수설에 산업은행과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국금속노조 소속 안규백 한국GM 지부장은 26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2월 정비센터 폐쇄는 GM 본사의 철수 신호탄"이라며 "모든 과정은 2028년 5월 산업은행과 GM 본사 간 경영 안정화 협약 종료 시점을 가리키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지난 24일부터 산업은행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는 안 지부장은 2002년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후부터 10년 주기로 흑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GM의 이번 직영점 폐쇄 결정 역시 단순 구조조정이 아닌 한국 정부와 협약 전 '몸값 올리기' 수순이라고 봤다.

안 지부장은 "미국 GM은 협상 시기마다 철수 카드를 꺼내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왔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GM은 3000여명의 직원을 감축한 뒤 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원의 공적자금을 확보했다"며 "지금의 논리와 주장, 움직임이 10년 전과 데칼코마니처럼 동일하다"고 말했다.

앞서 GM은 이달 초 국내 9개 직영 서비스센터의 접수를 내년 1월 1일부로 중단하고, 2월 15일부터 폐쇄 조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또 2019년 한국GM과 GM 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를 법인 분리한 데 이어 올해는 연구 인력 일부를 인천 청라사업장으로 이전했다. 안 지부장은 "청라 시설은 2000명 안팎의 연구 인력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협소하다"며 "2028년까지 이전 계획만 제시된 채 구체적 설명이 없어 대상자들은 만성적인 고용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 GM은 2002년 대우차 인수 후 한국에서 각종 특혜를 누려왔다. 인천 청라 부지는 인천시가 50년간 무상 임대 형태로 제공한 시설이다. 2018년에는 매출 원가율을 조작해 한국에서 발생한 이익을 본사로 이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국회로부터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산업은행 본사 건물 앞에 사진오주석기자
산업은행 본사 건물 앞에 산업 은행의 한국GM 경영 개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오주석기자]
노조는 정부와 산업은행의 '폭탄 돌리기' 행태도 직격했다. 한국GM의 종사자들이 고용 불안을 호소해도 2대 주주(지분 17.02%)인 산업은행은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지부장은 "2002년 매각 과정에서 정부는 외자 유치가 정답이라고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였다"며 "각 부처 담당자들 역시 임기 중 문제만 터지지 않으면 된다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직접 한국GM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로 다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안 지부장은 "2018년에도 철수 가능성은 음모론 취급을 받았지만, 결국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며 "GM이 떠날 수는 있어도 한국의 자동차 산업 기반과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토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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