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프리뷰] '24시간 내 취소' 33차례 반복…라운지 이용한 공무원에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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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일등석 라운지를 이용하기 위해 항공권을 반복적으로 예매·취소한 중앙부처 공무원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5단독(홍준서 판사)은 A씨(43)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총 33회 일등석 항공권을 결제한 뒤 라운지에 들어가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고, 실제 탑승 직전에 취소·환불을 반복한 혐의(사기·업무방해)로 기소됐다. 예매 후 24시간 내 취소 시 수수료가 없다는 규정을 활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부는 이를 소비자 권리 행사 범위로 보지 않았다.
 
“단순 취소와 구조 달라”…재판부, ‘목적 없는 결제’ 사기죄 판단

법원은 A씨의 행위가 일반적인 당일 취소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판단했다. 통상적인 취소는 항공권 구매 자체가 목적이고 사정 변경이 원인이지만, A씨는 처음부터 탑승 의사가 없었으며 라운지 입장을 위한 형식적 결제만을 반복했다는 점을 재판부는 핵심 근거로 삼았다. 

특히 예매→라운지 이용→즉시 취소라는 동일한 패턴이 5년 넘게 지속된 점을 들어 항공권 구매가 실제 이동을 전제로 한 정상적 거래가 아니라 ‘라운지 입장권 대체 수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음식·휴식 공간·기념품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받은 만큼, 재판부는 기망을 통한 이익 취득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이번 판단은 무료 취소 규정이라는 제도가 존재하더라도 구매 목적이 정상적 이용과 일관되지 않을 경우 형사상 사기 판단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명확히 한 의미가 있다.
 
항공사 운영기반 흔든 반복 패턴…업무방해 위험성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일등석 라운지 운영의 전제가 ‘탑승이 확정된 승객’에게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A씨는 정상 승객의 외형을 갖춰 라운지에 입장한 뒤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고 결제는 취소·환불로 무력화했는데, 이는 좌석 배정, 식음료 준비, 인력 배치, 재고 관리 등 라운지 운영의 수요 예측 체계를 왜곡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비록 업무가 실제로 중단되지는 않았더라도, 정상적 운영의 전제가 반복적으로 무너진다면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 재판부의 인식이다. 소비자 취소권과 사업자 운영안정성의 충돌이 어디에서 균형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법원이 제시한 기준이란 점에서 이 판결은 향후 유사 서비스나 멤버십 운영 정책의 정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개인정보 제공 공방…“범죄 신고 자료 제출은 허용” 판단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항공사가 자신의 예약·취소 내역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과정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항공사가 반복된 비정상 이용 패턴을 확인한 뒤 범죄 혐의를 신고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해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사기와 업무방해 모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A씨가 초범이고 피해액 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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