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트럼프에 우경화하는 남미 국가들…'마노 두라' 뭐길래

  • 칠레 카스트, 엘살바도르 부켈레 등 꼽혀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전화통화하고 있다 사진카스트 후보 인스타그램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칠레 대선 후보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전화통화하고 있다. [사진=카스트 후보 인스타그램]

남미 국가들 사이에서 우파 지도자들이 인기를 끌고 '친(親) 트럼프화'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갱단의 범죄와 핍박에 염증을 느낀 시민들이 보수 이념을 바탕으로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스트롱맨'에 표를 몰아주는 현상도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칠레에서는 이달 치러진 1차 선거에서 극우 성향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가 24%를 득표해 2위로 올랐다. 그의 득표율은 현 가브리엘 보리치 좌파 정부 노동부 장관 출신인 공산당의 히아네트 하라(51) 후보의 26%보다는 2%포인트 낮다. 하지만 이번 1차 투표에서 다른 보수 후보들이 약 30%를 득표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12월 14일 예정된 결선투표에서 대통령이 될 것이 명백하다(clear)고 영국 가디언지는 전했다.

AFP통신 등 외신으로부터 '칠레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은 카스트 후보는 그동안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 대규모 교도소 건설 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약과 비슷한 정책을 내세워왔다. 그 스스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작년 대선 승리에 대해 "자유와 상식을 향한 새로운 승리"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컨설팅 회사 오로라매크로스트래티지스는 "거의 한 세기 만에 (칠레 유권자가) 좌파를 가장 명백히 거부한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칠레의 이같은 '표심 우클릭'의 이유로는 이른바 '마노 두라(Mano Duraㆍ철권통치)'가 꼽힌다. AFP통신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 나라(칠레)가 지난 10년간 살인과 납치, 마약 밀매 등으로 고통받으면서, (유권자들이) 우파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몇 년 전 차량 강도를 당했다는 칠레 약사인 지나 필레이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조직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가 강경한 조처를 해야 한다"면서 카스트 지지 의사를 밝혔다.

마노 두라의 대표적 사례로는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43) 대통령이 꼽힌다. 2022년만 하더라도 엘살바도르에서는 한 시간에 62명이 갱단에 의해 살해됐을 정도로 무법천지였다. 하지만 부켈레는 헌법상 국민의 권리를 중지하고 경찰관에게 그 자리에서 용의자를 구속할 권리를 주고 군대를 동원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그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엘살바도르 내 살인 건수는 114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부켈레는 헌법상 불가능한 연임에 성공했고, 의회는 아예 대통령 헌법상 연임 규정을 폐지했다. 현재 지지율은 80%다.

이 외에도 볼리비아에서는 20년 만에 중도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 페레이라가 좌파 정권을 상대로 승리했고, 아르헨티나 중간선거에서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우파)이 야당을 상대로 승리했다. 밀레이의 승리에는 트럼프의 지원사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간선거 전 트럼프 대통령이 200억 달러(약 29조 4000억원) 규모의 스와프와 별도 200억 달러(약 29조 4000억원) 민간 은행 등의 기금 지원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부터 이 기금 집행에 차질이 생겼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선거 당시 이 발표가 밀레이와 집권 여당에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여전히 반(反) 트럼프 성향의 좌파 지도자들도 건재하다.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그는 공개적으로 반 트럼프 입장을 내세워 왔다. 페트로 대통령은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마약밀매선을 공격한 것에 항의하며 미국과의 군사정보 공유를 중단하기도 했다. 또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 2월 역대 최저치인 24%의 지지율로 위기에 처했는데, 최근 트럼프 정부와의 관세 갈등 속에 지지율이 9월 기준 33%까지 올라갔다. 룰라 대통령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탄압이 '선물'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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