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관리라는 명목 아래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첫 도입 후 14년간 유지해 온 알뜰주유소가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한 반면 고소득 계층만 혜택을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업성 악화로 자영업자들의 주유소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 차별 우려가 큰 알뜰주유소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8일 한국자원경제학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에너지전환시대, 알뜰주유소 정책의 재평가'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김형건 강원대 경제·통계학부 교수는 "알뜰주유소의 저렴한 가격은 전적으로 정유사의 (차별적인) 이중 공급가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이로 인해 일반주유소와 알뜰주유소 간 갈등만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의 휘발유·경유 가격 차이는 리터(L) 당 약 24원, 25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알뜰주유소보다 인근 일반주유소가 더 저렴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상당수의 일반주유소가 생존을 위해 인건비를 최대한 아끼는 셀프주유소로 전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차별적 가격 정책과 친환경 전환 등에 따른 사업성 악화로 일반주유소는 지난 5년간 지속해서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2019년 전국에 1만278개였던 일반주유소는 올해 9월 기준 9270개로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알뜰주유소는 1182개에서 1305개로 증가했다.
지난 2022년 강남구 삼성로 오천주유소 부지가 2200억원에 매각된 게 일반주유소 사업성 악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폐업 전인 2019년 오천주유소의 연 매출은 100억원, 영업이익은 3억원에 불과했다. 부동산 가치가 높은 수도권 주유소는 폐업 후 재개발되고 있지만 가치가 낮은 지방 주유소는 그대로 방치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이 추세가 지속되면 서울 내 주유소는 모두 문을 닫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성토했다.
알뜰주유소의 부작용은 또 있다. 이용에 별도의 제한이 없다 보니 유류 소비량이 많은 고소득 계층이 더 많은 이익을 보는 구조다. 순자산 10분위 기준 자산이 가장 많은 10분위는 알뜰주유소로 인해 연 7만9000원의 이익을 보지만 가장 적은 1분위는 연 3만원밖에 이익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상·전라·제주 등 지방에선 알뜰주유소의 비중이 15~20%에 달하는 반면, 서울·인천·광주 등 주요 광역시에는 알뜰주유소의 비중이 5% 미만으로 주변에 거의 없어 지역별 소비자 후생 편차도 크다.
김 교수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으로 인해 석유제품 수요가 2030년 이후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며 "시장 가격을 평균총비용 이하로 장기간 묶어두는 것은 (정유사·일반주유소에) 미래 투자를 포기하고 고사하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알뜰주유소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기능 전환하는 것을 꼽았다. 설립 목적이 다른 도로공사와 농협 알뜰주유소를 분리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해 알뜰주유소에 대한 정부 지원은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알뜰주유소의 경제적 효율성은 미미하고 최근 일반주유소 폐업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사중손실(死重損失) 가능성도 있다"며 "이제는 물가 정책 대신 에너지전환이 중심 정책이 돼야 하고 알뜰주유소 정책도 이에 맞춰 시장 원리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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