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방아쇠 너머의 책임 – 클레이사격장, 환경 사각지대를 벗어나야

  • 엘프스 이금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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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스 이금영 박사] 
 

총성이 울리는 곳은 언제나 긴장과 집중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울림이 향하고 있는 또 다른 표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격장의 흙 속에, 지하수에, 그리고 인근 하천에 서서히 스며드는 납탄(납으로 된 탄환)의 그림자다. 클레이사격장이 스포츠의 무대이자 동시에 환경오염의 현장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클레이사격은 단 몇 초의 집중으로 승부가 갈린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마다 공중에 흩뿌려지는 납탄은 결국 땅으로 돌아온다. 회수되지 못한 납은 토양 속에서 서서히 녹아내리고, 빗물과 함께 지하수와 하천으로 스며든다. 오염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축적은 장기적이고 광범위하다.

문제는 이런 오염이 제도적으로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에는 여전히 사격장 환경관리 기준이나 매뉴얼이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안전관리에는 엄격하지만 환경관리는 여전히 ‘운영자의 선의’에 의존하고 있다. 환경관리의 사각지대가 이렇게 생겨난다.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총기 취급과 이용자 안전에 집중되어 있을 뿐, 사격장의 토양·지하수 관리를 규정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미국과 유럽은 EPA의 ‘Best Management Practice(BMP)’, ISSF의 사격장 설계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격장 내 오염물질의 회수, 집수·처리·방류 설비, 친환경 탄환 사용, 정기 모니터링을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사격장이 하천 옆에 있어도, 납탄이 수년째 회수되지 않아도 이를 제지할 근거가 없다. “안전관리”의 기준이 총기 취급에서 멈추는 사이, “환경관리”는 여전히 제도의 바깥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사격장의 환경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관리의 의지와 제도의 문제다. 낙탄(떨어진 탄환)을 정기적으로 회수하고,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오염수를 집수·처리하며, 친환경 자재로 탄환을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의 일방적 규제보다, 사격장 운영자와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자율적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명령이 아니라 책임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클레이사격장은 지역 체육시설로 운영된다. 이용객은 지역 주민이고, 오염의 영향도 지역 환경에 머문다. 그렇기에 환경오염의 책임을 중앙정부로 돌리기 어렵다. 지자체가 주체가 되어 사격장과 협력하고, 지역의 환경과 조건에 맞는 관리기준을 세우고, 정기적인 점검과 지원을 병행한다면, 중앙의 일률적 규제보다 훨씬 실효성이 높다. 

스포츠와 환경은 대립하지 않는다. 다만 준비 없는 스포츠가 환경을 해칠 뿐이다. 클레이사격장은 여가와 관광의 장일 수도 있지만, 방치된 납탄이 쌓이는 순간 그곳은 ‘공공오염원’이 된다. 총을 쥔 손이 안전을 책임진다면, 환경을 지키는 손은 미래를 책임져야 한다. 방아쇠 너머에는 언제나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지금 우리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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