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R&D 사업 구멍] "법적 문제없다"는 과기부 산하기관...부정 적발 땐 꼬리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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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한국연구재단, 한국천문연구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조직에서 이해충돌, 부정입찰 등이 무더기로 지적됐다.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산하기관이 자체 심사와 입찰을 진행한 사업들에서 집중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는데, 부처를 벗어난 정부 R&D(연구개발)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 과정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이 조달청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계약을 진행한 국가사업 건수는 122만2799건으로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102만3030건과 비교해 19.53%(19만9769건) 증가했다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을 통한 자체 입찰도 크게 증가했다. 1억원 이하 용역 계약의 경우 산하기관의 자체 입찰을 막을 법적 수단이 없어 이를 활용한 부정입찰 사례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부정입찰 의혹이 불거진 천문연, 연구재단의 국가사업도 모두 조달청을 거치지 않은 자체 입찰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정이 발생한 후 후속조치도 이른바 ‘꼬리자르기’로 무마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친인척 명의로 세운 회사를 통해 천문연 자체 발주 사업 144건을 수주한 모 센터장의 부정 사건은 직무정지로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용역사업의 부실결과물에 대한 회수율 역시 5%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R&D 예산이 커질수록 부정 입찰이나 부실 연구용역 등의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12조원에 육박하는 R&D 예산을 자체 집행하게 된다.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면서 출연연 등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시스템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국장급 인사를 임의 배치해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조직에 있는 인사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다 보니 사건을 축소, 무마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진행한 ‘R&D 예산 삭감 진상규명 조사’ 역시 비전문가인 내부 국장급 인사를 임의 선정해 맡겼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같은 부처 선후배들을 조사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산하기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지난 8월 49억원 규모의 국가 사업을 발주하면서 조달청으로부터 분할입찰을 권고 받았지만 “내부 검토결과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자체 입찰로 강행했다. 이후 특정 업체를 밀어줬다는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조달청 관계자는 “서로가 목에 칼을 대고 있는 형국이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서로 건들지 말자는 분위기”라며 “사실상 의문이 제기되는 사업도 조달청이 눈 감아 주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과기정통부가 조달청 전산시스템에 대한 감사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 간 견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워 구조적으로 부실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역대급 예산을 집행하는 만큼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회 등에서 지적한 사항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을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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