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는 정부·기업·가계 부채 규모가 상당히 크고, 그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역시 기업 부채 문제에서 촉발됐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 부채 규모도 자연스럽게 늘어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감당하지 못하는 ‘빚’으로 전락해 파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시장은 신용도에 따라 구분된다. 과거 신용등급제 기준으로 1~3등급 고신용자는 은행, 4~7등급 중신용자는 제2금융권, 8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대출을 받기 어려웠다. 그러나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 제도 변화로 현재는 신용 5등급 이내도 대출이 가능해졌다. 이에 정부는 서민층을 위한 공공자금 공급기관을 설립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나, 도덕적 해이와 형평성 문제, 재원 부족 등의 한계로 모든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불법 사채 이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제는 정부의 서민금융뿐 아니라 민간 제2·제3금융권인 합법 등록 대부업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합법 등록 대부업 이용자 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대부업체들도 대손율 부담 등으로 줄고 있으며, 신용대출은 축소되고 담보대출 위주로만 연장되는 실정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서민금융은 자금조달 비용이 낮음에도 대손율이 높아 금리가 15%를 넘고, 민간 대부업은 대손율과 자금조달 비용을 감안하면 금리가 20% 이상으로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 신용점수가 950점이어도 대출이 어려운 경우가 생기고 있다. 금융회사가 신용 5등급 이하 서민층에 자금을 공급하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자금 수요자들은 불법 사채로 내몰리고 있다. 실제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불법 사채 이용자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합법 등록 대부업에 대해 금융업권별로 자율적인 금리 상한 설정과 고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한국형 페이데이론(payday loan) 도입을 통해 상환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가장 큰 과제는 금리보다 ‘자금 조달’ 문제다. 합법 등록 대부업체에도 안정적인 자금 공급 경로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이 일정 기준을 충족한 우수 등록 대부업자에게 자금을 대출하고 이를 은행의 서민금융 실적으로 인정하는 방식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저축은행은 대부업자에 대한 여신 제한을 완화하고, 여신전문금융회사는 대부업체 대출을 기업대출로 분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공통적으로 주택근저당권부 질권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더 나아가 합법 대부업체가 공모사채 발행, 유동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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