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후속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완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합의 직후부터 양국 간 해석 차이가 불거지고 세부 조정이 남아 있는 만큼 정부의 신속하고 치밀한 후속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수일 내 관세협상 합의안에 대한 팩트시트를 작성하고 후속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전날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현금 투자(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1500억 달러)으로 구성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현금 투자 상한은 연 200억 달러로 설정돼 정부는 10년에 걸쳐 분할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투자 구조는 일본이 앞서 미국과 맺은 금융 패키지와 유사한 형태다. 미국 대통령이 투자 분야를 지정하면 자금을 집행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이며, 민간 기업 대신 정부가 직접 투자금을 조달한다.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에는 5대 5, 상환 후에는 9(미국)대 1(한국)로 전환된다. 다만 한국은 20년 내 원리금을 전액 회수하지 못할 경우 수익 배분 비율을 재조정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포함했다.
합의문은 추후 팩트시트 형태로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협상 세부 문구에는 여전히 모호한 표현이 많아 향후 ‘해석 충돌’ 리스크가 우려된다. 양국은 ‘상업적 합리성이 보장된 프로젝트만 추진한다’는 원칙을 명시했지만, 실제 투자처 선정 과정에서 양국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합리성’의 범위를 달리 해석할 경우 사업 추진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관세를 두고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대만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러트닉 장관은 “반도체 관세는 이번 합의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미국이 반도체 관세 부과 방안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 간 해석 차가 실제 정책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공식 서명 시점까지 반도체 등 주요 품목별 관세를 놓고 막판 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50% 수준인 철강 관세 인하가 관철되지 못한 점도 한계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 철강을 ‘미국 안보의 핵심 품목’으로 지정하고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관세율 50%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번 합의에서도 이 부분은 그대로 남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합의로 양국 자유무역협정(FTA)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 경제협력체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관세 리스크를 완화한 성과가 있지만, 합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통상정책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후속 대응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허정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지만 앞으로가 관건”이라며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조항이 많아 해석 충돌 가능성이 크다. 대미 투자와 관세 후속 협의를 총괄할 범부처 협의체나 특별기구를 신속히 설치해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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