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다자주의·공급망 협력"...트럼프 "관세가 평화"

  • 경주선언에 '자유무역' 문구 배제 전망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 개회식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CEO(최고경영자) 서밋' 개회식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 확산 흐름에 우려를 표하며 다자간 자유무역 체제 회복을 강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 기조를 재강조함으로써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동선언문에 자유무역의 가치가 담길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당장 생존이 시급한 시대 협력과 상생, 포용적 성장이라는 말이 공허하겠지만, 위기일수록 연대의 플랫폼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며 다자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APEC CEO 서밋은 1996년 필리핀 정상회의에서 기업 참여 확대를 위해 출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기업인 회의다. 이번 서밋에는 아태 21개 회원국 등 약 1700명의 글로벌 기업인이 참석했으며, 일정도 하루 늘어난 3박 4일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국내 기업인으로는 서밋 의장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정의선 현대차·구광모 LG·신동빈 롯데·장인화 포스코홀딩스·정기선 HD현대·허태수 GS·정용진 신세계·박정원 두산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해외 기업인으로는 케빈 쉬 메보(MEBO)그룹 회장, 데이비드 힐 딜로이트 CEO·맷 가먼 AWS CEO·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사이먼 칸 구글 APAC·앤서니 쿡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사이먼 밀러 메타 공공정책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이 있다. APEC은 위기 순간마다 서로 손을 잡고 연대하며 상호 신뢰가 상호 번영의 지름길임을 입증해 왔다”며 “20년 전 부산에서 APEC의 단결된 의지를 모아냈던 대한민국이 다시 의장국으로서 위기에 맞서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을 선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밋의 주제인 ‘연결·비즈니스·그 너머(Bridge·Business·Beyond)’에 맞춰 글로벌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또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의 비전이 APEC의 뉴노멀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대한민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AI이니셔티브를 제안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관세’를 축으로 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옹호하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CEO 서밋 특별연설에서 “1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아주 문제가 많았다. 미국이 죽어가고 있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제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가 됐다”며 “짧은 기간 내에 미국이 황금시대를 다시 열었다. 9개월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관세 정책을 자평했다.
 
그러면서 “18조 달러의 새로운 투자가 계획돼 있다”며 “조만간 20조~21조 달러 규모의 투자가 제 재임 1년 차 내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주에서 열린 APEC CEO 서밋의 특별연설에서 "한국과 굉장히 기술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고 유대관계를 갖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특히 조선업에 대해 "미국이 세계 최초로 (반도체)칩을 만들었고 하루에 하나씩 배를 생산했지만 더 이상 배를 건조하지 않고 조선산업이 낙후했다. (하지만) 한국은 조선산업이 아주 발전했다. 이 자리에 있는 분 중에 필라델피아조선소를 인수한 분이 있을 것"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조선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캄보디아-태국, 인도-파키스탄 등 분쟁국 중재에도 미국의 관세와 무역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언급하면서 “관세가 동맹을 강화하고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담할 수 없다면 미국 내 공장을 지으면 된다. 그러면 관세는 제로”라며 자국우선주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적자가 한쪽에 불리하게 늘어나거나 공급망이 약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약해진 공급망을 강화하고 공정한 무역 협상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에 반하는 입장을 재차 강조함에 따라 경주선언 채택이 불발되거나,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문구 대신 AI와 친환경 실천 등의 내용으로 공동선언문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8년 파푸아뉴기니 APEC에서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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