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신용 자동차 대출 연체율 사상 최대치 육박…서민 경제에 빨간불

  • 뉴스위크 "올해 자동차 압류 300만건 전망"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한 저신용자 자동차 대출 전문업체 트라이컬러의 홈페이지 금융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트라이컬러 홈페이지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한 저신용자 자동차 대출 전문업체 트라이컬러의 홈페이지. 금융 서비스를 중단했다는 문구가 보인다. [사진=트라이컬러 홈페이지]

미국 서민층의 재정 상태에 빨간 불이 켜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의 60일 이상 연체 비율이 올해 1월 6.5%에 육박한 이후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저소득 미국 소비자들이 더 많은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피치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을 받은 소비자가 60일 이상 연체한 비율은 1996년 10월 5.96%를 기록한 이후 2~5%대를 오갔다. 하지만 2023년 10월 6.0%를 돌파했으며, 올해 1월 6.45%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최근 수치인 올해 8월에도 여전히 6.43%를 기록했다. 고신용자 대상인 프라임 자동차 대출은 지난 5년간 60일 이상 연체 비율이 0.2~0.3%선을 유지하고 있다.

신문과 인터뷰한 48세 실업자 제니퍼 알바 씨는 자동차 할부를 갚지 못해 신용 위기에 처한 사람 중 하나다. 알바는 지난 2021년 11월 시애틀의 경전철 고장으로 한 시간 동안 전동차에서 갇힌 뒤 자동차를 구매했다. 2018년식 스바루 자동차를 6년 만기 할부로 구매했다. 그는 1500달러를 계약금으로 내고 월 565달러를 매월 상환하기로 했다. 당시 연봉 10만 달러(약 1억 4200만원)를 벌고 할머니 별세 후 소액을 상속받았던 그녀에게는 어렵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올해 2월 그녀가 비영리단체의 운영 담당 계약직에서 해고되면서다. 이후 그녀는 수백 통의 이력서를 냈지만 실패했고, 실업급여도 올해 8월 끝났다. 이후 그는 수입도 저축도 없이 집세에, 카드값,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까지 밀린 신세가 됐다. 현재 남은 자동차 대출은 1만6000달러 수준이지만, 차 시세가 그보다 낮아 팔 수도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게다가 최근 몇 주 사이 자동차 부품업체인 퍼스트브랜즈와 저소득층 및 불법체류 이민자 전문 대출 기관인 트라이컬러 홀딩스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자동차 업계에는 우려가 증폭됐다. NYT는 이들의 파산을 두고 사기와 부실 운영의 결과라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저소득층 대출자들의 어려움과 혼란에 대한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대두된다고 전했다.

이같은 저신용자 자동차 대출 연체의 이면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소득은 증가하고 학자금 상환 등 비용은 줄어들어 생겨난 거품이 꺼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문은 "팬데믹 동안 정부는 재난지원금과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유예했다"면서 "이로 인해 가계 저축이 늘어나고 신용점수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경기 회복으로 노동자 임금도 올라, 금융기관들이 대출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자동차 대출이 실행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021년부터 자동차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올라갔고, 금리 상승으로 대출 금리도 올라갔다. 고용 시장은 침체기에 들어갔고,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세는 꺾였다. 설상가상으로 학자금 대출 상환도 재개됐다. 이에 학자금 연체 등으로 신용점수가 깎이고, 이에 자동차 대출 금리가 오르는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이야기다.

신문은 자동차 시장의 약세가 미국 경제의 근간인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정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는 징후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지 않아 자동차는 필수이며, 이 때문에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서민의 재정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한편, 미국 CBS 방송은 미국 서민층이 자동차 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자동차 가격과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신차 평균 판매 가격은 이제 5만 달러(약 7100만원)를 돌파했으며, 자동차 대출 5건 중 1건은 월 상환액이 1000달러(약 142만원)를 넘어선다. 게다가 9월 자동차 대출 평균 금리는 9월 기준 신차 연 7%, 중고차, 연 11%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뱅크레이트의 재무 분석가인 스티븐 케이츠는 "올라간 (자동차) 가격과 차입 비용이 결합해 대출 기간이 길어지고 차주가 지불해야 하는 이자비용도 증가했다"면서 "차량 감가상각이 대출 상환보다 빨라 차주가 파산할 위험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서민층의 자동차 대출 연체가 늘어나면서, 차량 압류 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조지 바딘은 "지금은 업무가 넘쳐난다"면서 영국 일간 가디언에 분위기를 전했다. 바딘은 "지금은 아무에게나 자동차 대출을 해주지 않았지만, 2년 전에는 아무에게나 해줬다"고 일갈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올 연말까지 미국 내에서 차량 300만대가 압류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소비자 연맹에 따르면, 미국 내 자동차 대출 규모는 약 1조6600억 달러(약 2370조원) 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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