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잘 살게마씸"… 공동체 금융으로 비상한 제주금빛신협

  • 지역 밀착형 금융으로 경영평가 '우수·최우수' 6년 연속 수상

  • '도농직거래'에서 '다모아여행'까지…주민 삶에 스며든 50년

17일 오후 4시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위치한 금빛신협에서 박여숙 이사장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지난 17일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위치한 '금빛신협'에서 박여숙 이사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윤영 기자]

“하르방, 어서옵서예. 날이 좀 맨도롱해져서 좋습니다.”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있는 제주금빛신용협동조합 창구에서는 정겨운 대화가 낯설지 않다. 조합원이 수확한 농산물을 배달해 주는 창구 직원, 휴식기에 함께 모은 적금으로 해외여행 가는 버스에 오르는 농민들, 기초연금을 받으러 방문한 어르신까지. 작은 마을 금융 창구 안에는 농촌 생활의 숨결이 그대로 이어진다.

1972년 곽지리에서 작은 마을조합으로 시작한 제주금빛신협은 반세기 넘게 지역민과 함께해왔다. 조합원 수 3000여 명 규모, 자산 약 800억원대인 중소형 조합이지만 신협중앙회 종합경영평가에서 2018년 이후 한 해를 제외한 6년간 ‘우수·최우수상’을 받을 만큼 내실 경영으로 인정받고 있다.​

박여숙 금빛신협 이사장은 지난 17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조합원이 곧 주인이라는 점을 직원들에게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1982년 입사 이후 40여 년간 신협 현장을 지키다 2022년 2월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조합원과 끈끈한 유대 관계가 먼저”라는 원칙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

금빛신협의 상징은 ‘지역 사회에 참여하는 조합원 문화’다. 1995년 조직된 금빛신협의 자생단체인 ‘한마음어머니회’는 미숫가루·보리쌀을 팔아 기금을 마련하고 요양원에 생필품을 지원한다. 또 다른 단체인 ‘내몸사랑동우회’는 매달 올레길과 오름을 오르며 체력 증진을 돕는다. 박 이사장은 “신협이 마을 생활의 일부가 돼 지역 사회를 더 끈끈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빛신협 본점 사진정윤영 기자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에 위치한 금빛신협 본점. [사진=정윤영 기자]

이 조합만의 특색 상품인 ‘다모아여행적금’도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이끄는 상품이다. 이 적금은 조합원이 월 10만~15만원씩 납입해 모은 금액으로 여행을 갈 수 있도록 하는 상품이다. 2011년 첫 동남아 여행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총 11회를 지속해왔다. 올해는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등 동유럽으로 떠났다. 박 이사장은 “농민들 휴식기인 5월 말에서 6월 초에 맞춰 여행을 기획한다”며 “초기에는 어르신들이 해외여행을 어려워했지만 최근에는 100명 가입 시 40~50% 정도는 여행을 갈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빛신협이 설립을 주도한 ‘곽신영농법인’도 눈길을 끈다. 조합원 농산물을 수집해 서울 등 도시 시장에 직접 출하하고, 경매대금을 조합원 통장으로 입금하는 구조다. 중간 유통 단계를 줄여 조합원 소득을 높이는 ‘도농직거래 시스템’인 셈이다. 최근에는 경기제일신협과 자매결연을 맺어 농산물과 특산품 교류 등 도시–농촌 간 상생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내실 있는 성장과 확장’이 목표라고 했다. 금빛신협은 이미 안정적인 경영을 인정받아 제주도 전체로 공동유대 승인을 받았다. 이는 도내 전 거주자와 직장인이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이사장은 “향후에는 지점 확장을 추진하는 게 목표”라며 “자산 1000억원 달성을 이루고, 이를 통해 직원 후생 복지도 증진해 함께 성장하는 신협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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