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쿠팡의 투자, '소버린 AI 강국' 도약의 마중물 되길

박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박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사진=아주경제DB]

인공지능(AI)은 전 세계의 미래 먹거리다. 최근 글로벌 시장조사기업인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올해 1033조원에서 2034년 무려 5020조원(약 3조6804억 달러)로 4배가량 성장한다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673조원)의 7배, 미국 예산(7조3000억 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우리 정부는 ‘AI대전환’을 주요 어젠다로 내걸고 ‘소버린AI’(AI 주권) 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AI 기술과 인프라를 외부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하는 AI 강국이 되겠다는 의미이다. 소버린 AI에서 정부가 ‘컨트롤 타워’라면, 발로 뛰며 전 세계에 수출을 늘리고 수익을 창출하며 기술혁신을 일으키는 ‘플레이메이커’가 AI 기업일 것이다. 특히 단순 스타트업을 넘어 뛰어난 기술력과 미래가치를 인정받은 ‘AI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은 AI 경쟁의 미래 성패를 좌우한다.

문제는 AI 유니콘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한참 밀려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2년 11월 ‘챗GPT’가 생겨난 이후 글로벌 AI 유니콘 100개가 생겨났다고 한다. 이 가운데 66개는 미국 기업이고 다음으로 중국(8개), 영국(5개)의 순이다. 엔비디아(24개), 구글(15개), 마이크로소프트(7개), 아마존(3개)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이 투자한 AI유니콘 수(49개)가 절반에 이른다. 현재 전 세계 AI 유니콘 기업은 498개에 이르고 이들이 새로운 ‘부의 사다리’를 쌓아 올리고 있다.

이처럼 경쟁에서는 뒤처지고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도 잘 되지 않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최근 쿠팡이 AI유니콘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와 ‘넥스트 유니콘 프로젝트’ 일환으로 750억원을 투자, 모태펀드와 1500억원 규모의 AI스타트업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 이에 따라 14개 토종 AI기업이 100억원 이상씩 투자 받게 된다. 쿠팡은 "정부의 AI육성정책에 협력해 AI기술기반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쿠팡의 국내 AI기업 투자는 AI유니콘 육성에 대한 민간 투자가 극도로 적은 현실을 감안하면 ‘가뭄 속 단비’와 같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AI분야 민간 투자는 13억 달러로, 미국(1090억 달러) 대비 1%에 그쳤다. 새로운 AI관련 하이테크 기술 분야에 대한 민간기업 투자가 극도로 적다는 뜻이다. 지속적인 수조원대 투자로 로켓배송 혁신을 만든 쿠팡도 AI기업 투자가 분명 리스크는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필연적인 사명으로 내다봤을 것이다.

물론 그동안 여러 인터넷 기업·투자금융사 등이 AI기업 투자를 늘려왔다. 이들의 활약 속에 많은 유망 AI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본업이 유통인 쿠팡의 투자소식은 토종 AI기업에 투자하는 민간투자자가 업종을 불문하고 더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와 경쟁이 가능한 AI 기업이 늘어날 것이며, 유니콘으로 인정받은 기업의 생태계 풀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AI강국’으로의 도약은 다양한 업종의 민간기업들이 힘을 합쳐야 가능하다. 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인구감소 문제로 인력 수급의 문제에 직면한 한국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가 AI인 것은 분명하다. ‘소버린 AI’를 위한 AI 유망 기업에 대한 민간 기업들의 투자 지원이 산업계에서 보다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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