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사설] 올림픽 유치 출장의 밤, 지방정부 해외출장의 민낯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전주시장이 올림픽 유치를 위한 외교 출장이라는 중대한 명분을 내세워 호주를 다녀온 뒤 매일 밤 술자리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주시는 “비공식 소통 시간이었다”고 해명했고, 동행 간부는 “업무 수행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사안의 본질은 술을 마셨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해외출장이 언제부터 이런 느슨한 태도로 운영돼 왔는가에 있다.

지방정부의 해외출장은 대개 국제 교류, 선진 사례 학습, 투자 유치, 도시 브랜드 제고라는 비슷한 명분 아래 추진된다. 일정표는 촘촘하게 짜이고, 귀국 후에는 보고서가 제출된다. 그러나 그 출장들이 실제 정책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 시민이 체감할 성과로 얼마나 남았는지에 대한 평가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이런 구조가 되풀이되면서 해외출장은 점차 행정 수단이 아니라 관행이 되고, 관행이 되면 긴장은 불가피하게 풀린다.

공무 출장 중의 저녁과 밤 시간은 법적으로는 회색지대일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의 행동을 법의 최소 기준으로만 재단할 수는 없다. 특히 한 도시를 대표하는 단체장의 외국 방문은 공식 일정이 끝난 뒤의 시간까지 포함해 공적 행위의 연속으로 봐야 한다. 그런 출장에서 매일 반복되는 술자리가 단순한 사적 영역으로 넘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구나 해당 시장은 과거에도 음주 관련 논란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이런 이력이 누적된 상태에서의 이번 논란은 개인의 일회적 실수라기보다 반복된 행태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전주시는 이번 사안을 가짜뉴스와 음해 문제로까지 확대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음해성 지라시가 있었다면 그것 역시 수사로 가려질 사안이다. 그러나 그 문제와 별개로, 해외출장 중 반복된 술자리가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 자체는 피할 수 없다. 두 사안을 한데 묶어 방어할수록 책임의 초점은 흐려진다.

이번 논란은 특정 시장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해외출장이 얼마나 느슨한 기준 위에서 운영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출장의 목적 설정, 야간 시간 관리, 사적 활동의 경계, 성과 검증까지 전 과정에 걸친 점검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유사한 논란은 다른 도시에서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해외출장은 특전이 아니라 책임의 현장이라는 점을 지방정부는 다시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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