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중국-EU도 충돌? 네덜란드, 中반도체업체 경영 통제 조치

  • 美 '블랙리스트' 자회사까지 확대되자 대비 나선 듯

  • 윙테크 "국가안보 명분 지나친 간섭" 반발

옌스 에스켈룬드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옌스 에스켈룬드 중국 주재 EU 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에 본사를 둔 중국 반도체 업체 넥스페리아에 대해 경영 통제 조치를 내렸다. 넥스페리아는 자동차·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유럽 시장에 공급하는 주요 업체 중 한 곳으로, 이 기업이 미국의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되는 등 미중 무역전쟁에 휘말리자 네덜란드가 자국 반도체 공급망 보호를 위해 이 같은 조치에 나선 모습이다.

13일 제일재경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넥스페리아 모기업인 중국 윙테크는 전날 상하이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네덜란드 정부가 지난달 30일 넥스페리아에 대해 자산, 지식재산권, 사업 운영, 인력 조정 등 경영 활동을 1년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동시에 지난 1일 네덜란드 항소법원은 넥스페리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일부 외국인 임원이 장쉐정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즉각 받아들였으며, 법원이 임명한 해외 출신의 독립적인 이사가 넥스페리아 및 그 지주회사에 참여해 결정권과 독립적 대표권을 행사하도록 명령했다. 또한 넥스페리아의 모든 주식(단 1주 제외)을 아직 지명되지 않은 제3자 관리인에게 관리 목적상 맡기도록 했다. 네덜란드 정부의 이번 조치는 '물자가용성법'을 근거로 한 것으로, 해당 법안은 이번에 처음으로 발동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네덜란드가 이처럼 이례적인 조치에 나선 것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우려 거래자 명단'(Entity List) 일명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자동으로 수출통제를 적용받도록 하는 새 규정을 발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윙테크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했고, 이번에 새 규정이 발표되면서 윙테크의 자회사인 넥스페리아도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경제부는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 및 유럽 내에서 핵심 기술 지식과 역량의 지속성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넥스페리아가 생산하는 제품(완제품·반제품)이 비상 상황에서 유통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넥스페리아는 유럽 자동차 산업과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칩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윙테크는 네덜란드의 이번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윙테크는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에 올린 별도의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한 지나친 간섭"이라면서 "유럽연합(EU)이 내세워온 시장경제·공정경쟁·국제무역 규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현재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미중 무역전쟁이 유럽연합(EU)-중국 간 관계 악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는 중국과 EU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라면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대중국 수출통제로 인해 수년간 갈등을 이어온 중국과 네덜란드 관계에도 긴장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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