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자전거 도시'로 탈바꿈?…현실은 공유 자전거 사업 고전

인프라 부족과 더운 기후에 이용자 감소 뚜렷...호찌민시, 전용도로 확대 추진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 [사진=베트남 통신사]

베트남 호찌민시가 4년간 야심차게 도입한 공유 자전거 서비스가 이용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시민과 관광객의 큰 관심을 받았으나 더운 기후와 불편한 반납소 위치, 전용도로 부족 등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이용이 점차 줄고 있는 상황이다.

베트남 매체 VN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호찌민시 공유 자전거 서비스는 찌남 그룹이 2021년 말 처음 선보였다. 당시 43개 대여소와 약 400대의 자전거로 시작했으며 이후 52개소 500대 이상으로 확대됐다. 자전거에는 GPS와 스마트 잠금장치가 장착되어 있으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30분당 5000동(약 270원), 1시간당 1만 동이다.

하지만 서비스 이용은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32만 건에 달했던 대여 건수는 2023년 16만4000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말에는 8만400건으로 떨어졌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3만7000건에 그쳤다. 레로이, 레탄톤, 응우옌 티 민카이, 딘 띠엔 호앙 등 주요 도심 대여소에는 이용객이 거의 없고 수십 대의 자전거가 장시간 세워져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호찌민시 5군에 거주하는 응우옌 프엉 씨(23)는 "예전에는 운동도 하고 관광도 겸해 자주 이용했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로 23/9공원까지 이동한 뒤 자전거를 빌려 3군 응우옌 딘찌에우 거리까지 약 2km를 탔다. 그러나 사무실 근처에 반납소가 없어 응우옌 티 민카이 거리에서 반납한 후 약 1km를 걸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프엉은 "자전거를 타면 장점이 많지만 출퇴근용으로는 비효율적이라 지금은 오토바이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호찌민시 주민 부이 반 씨(35)는 여전히 공유 자전거를 꾸준히 사용하는 이용자다. 그는 빈타이역 근처 자택에서 출발해 지하철로 바손역까지 이동한 뒤 자전거를 타고 리뚜쭝 거리의 사무실로 간다. 반은 "지하철과 자전거를 함께 이용하면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장거리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대여소가 도심과 교통 중심지에 집중되어 있어 빌리기는 쉽지만 반납이 불편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찌남 그룹의 바 단 회장은 "이용자 감소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초기에는 호기심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이제는 실제 통근 수요를 가진 이용자 중심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층은 단거리 이동과 대중교통 연계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이 향후 서비스의 핵심 사용자"라고 말했다. 또한 "주말에는 관광객과 젊은층이 도심 관광과 운동을 위해 여전히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찌남 그룹은 앞으로 1~2개월 내 호찌민시와 하노이에서 500대의 전기자전거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단 회장은 "속도가 빠르고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전기자전거는 기존 자전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범 운영 이후 결과를 분석해 본격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호찌민시는 공유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 시는 투득시 마이치토 대로에 폭 2m, 길이 6km의 전용 자전거 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향후 도심 전용 자전거 도로망 구축의 첫 단계로 대중교통과 친환경 이동수단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호찌민시 관광여객운송협회 레 쭝 띤 회장은 "공유 자전거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안전하고 체계적인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전용도로 확충과 접근성이 높은 대여소 설치가 필수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타와 광저우의 사례를 언급하며 "도시별 목적에 맞는 대여소 설계와 여가형·통근형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띤 회장은 "과거 파스퇴르, 쩐흥다오, 응우옌반꾸 거리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지만 도시 개발로 사라졌다"며 "이 네트워크를 현대적으로 복원한다면 자전거는 교통 체증 완화와 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