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업황이 7년 만에 슈퍼사이클(초호황) 초입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양대 반도체 기업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커지고 있다. 두 회사는 시가총액 역대 최고가를 지속해서 경신하며 코스피 3500을 넘어 4000 시대를 견인한다는 평가다. 회장 취임 3주년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관련해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재계 이목이 함께 집중된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0일 각각 주당 9만4400원, 42만8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둘 다 창사 이래 최대 수치다.
두 회사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오픈AI를 필두로 미국·중국 빅테크가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범용 D램(DDR5)과 그래픽 D램(GDDR7), 기업용 저장장치(eSSD) 등 수요가 장기간 지속 확대될 것에 있다.
증권가에선 두 회사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가 지속되면서 목표주가 상향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내에 발간된 보고서를 통해 국내 19개 증권사가 삼성전자 목표가를 주당 12만원까지 상향했다.
외국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보수적인 전망을 내는 노무라증권(12만3000원)뿐만 아니라 '반도체 겨울론'을 앞세워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던 모건스탠리(11만1000원)까지 입장을 바꿔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 예측을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2분기부터 주당 50만원대 예측이 쏟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56만원이라는 높은 목표가를 제시해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재계에선 AI 기업으로 전환 비전을 직접 제시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용 회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장은 이달 27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이달 20일과 24일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5주기를 맞아 추모 음악회와 추도식이 각각 예정되어 있다.
'승어부(承於父·아버지를 잇는다)' 실현을 위해 프랑크푸르트 선언처럼 새로운 도전을 촉구하는 삼성전자 경영선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사법리스크 족쇄에서 풀려난 이 회장이 대내외적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기라는 시각이다.
이 회장은 앞서 2022년 이건희 회장 2주기에 계열사 사장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그간 기술 혁신과 본원적 경쟁력의 회복을 지속해서 주문해 왔다. 특히 반도체 부문에선 HBM 기술 역전과 파운드리 수주 확대 및 사업 정상화 등이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업계에선 슈퍼사이클 진입과 연관해 DS부문(반도체 사업부)에 특화한 메시지와 사업지원TF 중심의 조직 구조 개편 가능성에 주목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7월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로 10년 가까이 시달려온 사법 리스크의 족쇄를 벗으면서 삼성전자가 점차 정상경영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기술혁신과 조직문화 쇄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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