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③ '달려라 하니' 40주년, 원작자 이진주 "이제야 나애리의 빚을 갚았다"

2025년, 국민 캐릭터 ‘달려라 하니’가 탄생 40주년을 맞이했다. 세대를 아우르는 이 감동의 만화가 이번엔 극장으로 달려왔다. 제목은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TV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하니와 달리, 이번엔 오랜 라이벌이자 친구인 ‘나애리’가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원작자 이진주 작가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부활이 아닌, 오랜 시간 품어온 ‘약속의 완성’이다.
 
달려라 하니 원작자 이진주 작가사진 NEW
달려라 하니 원작자 이진주 작가[사진= NEW]

 “원래 주인공은 나애리였다”

원작자 이진주 작가는 이번 극장판을 두고 “이제야 나애리에게 진 빚을 갚았다”고 말한다. “처음 ‘달려라 하니’를 구상할 때 제목은 ‘새벽을 달리는 나애리’였어요. 하지만 당시 하니 캐릭터가 이미 인기를 얻고 있어서 출판사에서 하니 중심으로 이야기를 바꾸길 원했죠. 그래서 애리는 조연으로 밀려났고, 늘 마음 한켠에 미안함이 남았습니다. 이번 작품은 그때 못다 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기분이에요.”

그의 말처럼 이번 극장판의 중심에는 ‘하니’보다 ‘나애리’가 있다. 늘 이기적인 라이벌로 그려졌던 나애리는 이번에 한층 입체적으로 재해석된다. 경쟁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10대 소녀의 불안, 성장, 그리고 용기가 담겨 있다. 이진주 작가는 “비하인드가 없었던 조연이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순간은 작가로서 큰 감동이었다”며 “40년 만에 진짜 ‘달려라 하니’의 또 다른 완성을 본다”고 전했다.

“스토리보다 캐릭터의 진심을 지키고 싶었다”

이진주 작가는 이번 작품의 시나리오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원작자의 감수자로서 캐릭터의 일관성과 세계관의 결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히 참여했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의 스토리 구성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원작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개성과 본질이 왜곡되지 않도록 감수했습니다. 80년대 하니와 애리가 2025년 Z세대의 감수성 속에서도 여전히 진실하게 살아있기를 바랐습니다.”

그의 바람은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관에서 비롯된다. “시대가 변해도 아이들이 배우는 우정, 사랑, 인격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즘의 젊은 세대는 예전보다 감정을 더 솔직히 표현하죠. 감정을 숨기기보다,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용기. 그것이 오늘날 하니와 애리가 보여줘야 할 모습이라고 봅니다.”

“당시엔 계산 없는 사랑이, 지금은 신뢰가 감동을 만든다”

1980년대 ‘달려라 하니’는 TV 애니메이션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진주 작가는 당시를 떠올리며 웃는다.
“그때는 팬레터가 매일 라면박스 한 박스씩 도착했어요. 우체부 아저씨께 너무 죄송했죠. 그만큼 하니는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서 친구이자 딸, 또 자신이었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 작가가 바라보는 ‘하니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때는 아무런 계산 없이 주는 사랑이야말로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 믿었어요. 그런데 이제 살아보니,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성숙한 관계가 또 다른 감동을 준다는 걸 느낍니다. 하니의 순수한 열정이 시대를 넘어 ‘신뢰의 이야기’로 자라난 셈이죠.”

 “Z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건, 결국 ‘우리’라는 울타리”

이번 극장판의 하니와 애리는 ‘Z세대’로 재해석됐다. 스마트폰과 SNS, 자기표현의 시대 속에서 성장하는 두 인물의 관계는,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자화상처럼 그려진다. 이진주 작가는 “환경은 바뀌어도 마음의 성장과 관계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하니와 애리를 처음 만나는 어린 세대에게 ‘진짜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어요. 환경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 그리고 친구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힘입니다. 결국 ‘우리’라는 울타리 속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 이 질문을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습니다.”

“사랑과 용기, 그리고 믿음은 변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오랜 시간 하니와 함께한 팬들에게 그는 이렇게 인사했다.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용기, 서로를 감싸는 참된 우정, 세상을 아우르는 진정한 사랑, 이 세 가지는 시대가 바뀌어도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이번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도 그런 마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니와 애리를 사랑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 극장판에서도 그 따뜻한 감동을 다시 느끼시길 바랍니다.”

 40년을 달려온 하니, 그리고 이제 막 출발선에 선 나애리

1980년대의 감성으로 태어나, 2025년의 감성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 ‘달려라 하니’.
그 여정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와 감정, 그리고 세대를 잇는 공감의 힘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증거다. 하니가 있었다면, 이제는 나애리가 있다. 그리고 그 둘을 품은 세상에는 여전히 용기와 우정, 그리고 사랑이 흐른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그 메시지를 가장 따뜻하게, 그리고 가장 솔직하게 다시 우리 앞에 꺼내놓는다. 하니가 달렸던 그 길 위에서, 이제는 나애리가, 그리고 오늘의 우리가 함께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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