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내내 정치권에서 쟁점이 됐던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9월 들어 잠잠해지면서, 금융당국과 검찰의 가상자산 거래소 압박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도 정비 논의 대신 규제·수사 공세에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전날 빗썸이 호주 가상자산 거래소 스텔라와 오더북(호가창) 공유를 시작한 건과 관련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FIU는 상대 거래소의 인허가·등록 서류 적정성과 함께 고객확인(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이행 여부를 집중 점검 중이다. 현장 조사는 추석 연휴를 지나 이달 17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빗썸은 이미 ‘코인 대여’(레버리지 서비스)와 관련해 당국과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회(DAXA)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최대 대여 비율이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빗썸은 대여 한도를 낮추는 등 운영 기준을 조정했다.
지난달 30일에는 검찰이 코인원을 대상으로 강제 수사에 나섰다. 서울 영등포구 코인원 본사와 전·현직 임직원 주거지 등이 압수수색 대상으로 포함됐다. 이 수사는 금융감독원이 코인원 전 대표가 약 270억원 규모의 회사 자금을 무담보로 지배회사에 대여했다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따른 것이다.
국정감사에서도 가상자산 업계가 도마에 오른다. 정무위원회는 오는 20일 금융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오경석 대표를 채택했다. 핵심 쟁점은 올해 초 불거진 FIU 제재와 관련한 행정소송이다. FIU는 당시 업비트가 미신고 사업자와 거래를 이어가고 고객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영업 일부정지 처분을 내렸고, 두나무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국감에서 해당 사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규제·수사 공세가 이어지자 거래소들은 내부적으로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영입해 규제 대응 조직을 보강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 5명이 빗썸과 두나무 등 주요 거래소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권과 당국의 최대 관심사가 ‘투자자 보호’인 만큼,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는 거래소가 우선적으로 표적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제도화 논의보다 규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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