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생수시장을 27년째 선도해온 제주삼다수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교민에 국한된 소비층을 현지 주민 등으로 넓혀 매년 두자릿수 성장률을 잇고 있는 해외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백경훈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은 지난달 30일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에서 열린 '제15회 제주물세계포럼' 개회식 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2035년 매출 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글로벌 진출과 친환경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다수는 국내 생수 시장 부동의 1위다. 백 사장은 "삼다수의 본질적 경쟁력은 철저한 품질 관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취수원 관리부터 생산·물류·유통, 소비자 대응까지 전 과정에 걸쳐 품질을 지켜온 것이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생수시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데다 경쟁 브랜드만 300개에 달하면서 성장 여력이 제한되고 있는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그는 "삼다수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생수 브랜드가 아니라 커피"라며 "정수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생수 소비기반이 잠식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해외 시장 개척이 불가피하다는 게 백 사장의 구상이다. 현재 제주삼다수는 17개국에 수출되며 국내 생수 수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연간 1만~1만1000톤 수준에 머무는 수출량과 관광객·교민에 의존한 소비 구조는 한계로 꼽힌다. 백 사장은 "관광객과 교민만 바라봐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며 "현지 소비자층을 겨냥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등 핵심 시장에서는 로컬 인플루언서와 유학생을 활용한 SNS 홍보, 오프라인 진열 확대에 나서고 있다. 중국 시장은 종이팩 등 현지 선호 패키지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비핵심 국가는 온라인 판매로 먼저 진입한 뒤 일정 소비 기반이 형성되면 오프라인 유통과 마케팅을 단계적으로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백 사장은 "물류비와 판촉비 부담으로 국내보다 이익률은 낮다"면서도 "최근 3~4년간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의 수익성보다 장기적 성장성을 보고 해외 시장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2035년까지 매출 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한 장기 비전도 내놨다. 백 사장은 "최근 몇 년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해외 수출을 더욱 키우고, 국내는 지역·채널별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 전략을 강화하며 멤버십과 제휴를 통해 단골 고객을 붙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라벨·재생원료 같은 친환경 패키징 혁신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축"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친환경 전환은 장기 전략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제주개발공사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 50% 감축을 목표로 '그린 홀 프로세스'를 운영 중이다. 올해 전 제품 경량화를 완료했고, 내년부터는 제품 90% 이상을 무라벨로 전환한다. 2027년 완공 예정인 L6 스마트팩토리는 재생·바이오 PET 생산 거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백 사장은 "전 제품 용기 경량화, 글로벌 수출 확대, 재생원료 적용 성공 등 의미 있는 성과가 있었지만 아직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며 "국내외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앞으로는 차별화된 브랜드 전략과 글로벌 입지 강화를 위해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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