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자들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제롬 파월 의장 후임으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를 가장 선호하지만, 그가 의장으로 취임할 가능성은 작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대 부스 비즈니스스쿨과 공동으로 실시한 경제학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응답자 44명 중 82%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월러 이사를 가장 선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의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20%에 그쳤다.
경제학자들이 꼽은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었다. 해싯 위원장을 지목한 비율이 3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월러 이사와 스티븐 마이런 신임 연준 이사가 각각 20%로 뒤를 이었다. 마이런 이사를 차기 의장으로 선호한다는 응답은 한 명도 없었다.
FT는 "경제학자들이 원하는 인물과 실제로 의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인물 사이의 괴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에 가한 강력한 압박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1%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며 연준을 거듭 압박해 왔다. 경기 부양과 연방 정부의 차입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들며 공격적 금리 인하를 거부하는 파월 의장을 "멍청이", "바보"라고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연준은 고용 둔화 지표가 넉 달째 이어지자 이달 기준금리를 4.0~4.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에 이뤄진 금리 인하다.
이번 회의에서 마이런 이사는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유일하게 다른 의견을 냈다. 월러 이사는 지난 7월 회의에선 0.25%포인트 인하를 지지한 반대자 2명 중 한 명이었지만, 이달 회의에선 마이런 이사가 주장한 0.5%포인트 인하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존스홉킨스대 로버트 바베라는 "월러는 연준 의장직을 위해 아부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중앙은행가처럼 보인다"며 "바로 그 점이 그가 의장이 되지 못할 이유"라고 말했다.
한편 베팅 시장에서는 월러 이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며, 해싯 위원장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보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연준 이사 케빈 워시, 해싯 위원장, 월러 이사를 유력 후보로 지목한 바 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으로 리사 쿡 연준 이사를 해임하려 시도하면서 연준에 대한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이에 쿡 이사는 혐의를 부인하며 해임 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FT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차기 연준 의장 선정을 위한 1차 면접을 진행 중이다. 총 11명의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인 경제학자 마크 서멀린은 지난 금요일 면접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1차 면접 절차는 2주 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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