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이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26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보다 한 달 앞당겨 이뤄진 것으로,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조기 리더십 교체를 통해 대응력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인사로 8개 계열사 대표가 새롭게 교체됐다. 사장급 승진자는 2명으로, 성과 중심의 인사가 단행됐다는 평가다. 신임 임원 32명 중 44%가 40대에 해당해 젊은 인재 발탁이 두드러진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전체 임원 중 40대 비율은 16%로, 종전 대비 약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백화점 부문을 이끌어온 박주형 신세계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1959년생인 박 사장은 1985년 신세계에 입사해 경영지원실, 지원본부 등을 거쳐 센트럴시티 대표를 지냈다. 2023년부터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 대표로서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스위트 파크 개점을 주도했다. 이 같은 성과가 승진 배경으로 꼽힌다.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도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를 겸직한다. 1972년생인 문 사장은 시카고대 경제학과와 와튼스쿨 경영전문대학원(MBA)을 거친 전략·투자 전문가로, 신세계I&C와 이마트 해외사업, 신세계인터내셔날 글로벌패션본부, 신세계톰보이를 거쳤다. 최근 시그나이트와 톰보이를 이끌며 온라인과 패션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합작법인으로 전환 중인 지마켓 대표에는 제임스 장(장승환)이 선임됐다. 1985년생인 그는 라자다 필리핀 공동창업을 시작으로 라자다그룹 최고고객책임자(CCO), 싱가포르·인도네시아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실무통이다. 지마켓의 새 비전인 '셀러 글로벌 진출'과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구체화할 적임자로 꼽힌다.
SSG닷컴 대표에는 공급망관리(SCM) 베테랑인 최택원 이마트 영업본부장이 내정됐다. 그는 이마트와 SSG닷컴 간 긴밀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신선식품 등 차별화된 경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에는 김덕주 해외패션본부장이 발탁됐다. 김 신임 대표는 그간 쌓아온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끌 중책을 맡게 됐다.
코스메틱 부문에서는 젊은 인재의 파격 기용이 눈에 띈다. 코스메틱1부문은 1980년생 서민성 대표가 맡았다. 그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뷰티 사업 혁신 전략을 주도해온 인물로 꼽힌다. 코스메틱2부문은 1985년생 이승민 대표가 선임됐다. 이 대표는 신세계그룹 최초의 여성 CEO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 밖에 신세계푸드 대표에는 임형섭 기업간거래(B2B)담당이 선임됐다. 그는 회사의 '식품 B2B 전문기업 전환' 비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에는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는 최훈학 SSG닷컴 대표가 내정됐다. 신세계디에프(면세점) 대표에는 이석구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가 발탁됐다. 이 신임 대표는 조선호텔과 스타벅스 대표를 역임한 베테랑 경영인으로, 면세사업 돌파구 마련이라는 과제를 맡았다.
재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성과주의를 앞세운 세대 교체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성과주의를 구현한 새로운 리더십을 바탕으로 본업 경쟁력 극대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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