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하반기 들어 해외 시장에서 잇따라 대형 수주 소식을 전하고 있다. 국내에선 정비사업 공사비 급등과 수주 경쟁 심화, 산업재해 규제 강화 등으로 내수 의존도가 한계에 달하자,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라크에서 31억6000만달러(약 4조39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해수 처리(담수화) 플랜트 공사를 따냈다고 밝혔다. 이는 중동 지역 인프라 수요 확대에 발맞춘 성과로, 이라크 내 △가스 △석유 △태양광 △해수 처리 등 가스 개발 통합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현대건설은 1978년 바스라 하수도 1단계 공사를 시작으로 이라크에 진출한 이래 약 40건에 이르는 국가 주요 시설을 건설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번 수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도 중동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1조4000억원대 카타르 최대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따내면서다. 삼성물산은 카타르 국영 에너지 회사인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한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낙찰 통지서를 수령하고 카타르에너지와 서명식을 열었다고 17일 밝혔다.
부지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9배에 달하는 27㎢이며, 사용되는 태양광 패널은 274만장에 달한다. 이는 카타르 75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물산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단독 수행할 예정이다.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 월간 수주 통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으로 372억4000만달러(약 51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총 해외 수주액이 179억6000만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올해 해외 진출 성과가 급증한 모습이다. 해외 수주 건수도 올해 8월까지 394건으로 지난해 총 수주 건서(391건)을 뛰어넘었다.
국내 건설사들은 특히 유럽과 중동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올해 해외 수주액 중 유럽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2%로 가장 컸고, 이어 △중동 20.9% △아시아 12.6 △북미·태평양 10.4% △아프리카 1.6% △중남미 1.3% 순을 기록했다.
특히 산업설비 수주액이 303억5000만달러로 전체의 81.5%를 차지했다.
해외건설협회가 내놓은 올해 주요 수주 공사내역을 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만 아니라 GS건설, DL이앤씨, 동부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도 동남아와 미국 등에서 토목, 전력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지 발주처들이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안전관리, 친환경 시공 능력도 중시하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들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연말까지 해외 수주 규모 500억 달러 목표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8월까지 목표액의 74%를 달성했고, 통상 하반기에 대형 발주가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500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국내 규제 강화와 공사비 급등에 따른 원가율 개선이 더딘 영향으로 국내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점도 해외 진출 가속화 원인으로 꼽는다. 최근까지 이어진 건설업계 침체 속에서 해외 건설 수주가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갈수록 사업성 악화가 해소되고 있지 않아 건설사마다 해외시장 진출을 필수적으로 보고 있다"며 "품질과 안전 등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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